입력 : 2013.05.21 03:03
서울고법 형사12부 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가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편집위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방청석에 있던 범민련 간부 등에게 피고인을 옹호하는 발언 기회를 줬다. 민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열린 최 피고인 재판 도중 피고인 최후진술을 앞두고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방청객 가운데 피고인을 위해 발언할 분 계시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윤기하 국가보안법 피해자모임 회장이 일어나 "피고인은 나라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민 부장판사는 윤씨 발언이 끝나자 "할 이야기가 있는 분은 또 말해 달라"면서 두 명에게 더 발언권을 줬다.
재판을 받고 있는 최 피고인은 작년 6월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가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자 재판장에게 "민족 반역자, 이 개××. 너 죽을 줄 알아. 미국 놈의 개야"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려 기소됐다. 그는 인터넷에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장은 재판을 진행하면서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줄 수 있다. 드문 경우이지만 범죄 피해자나 그 유족에게는 발언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의 당사자가 아닌 방청객에게 피고인을 옹호하는 발언권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민 부장판사도 다른 재판에선 방청객에게 발언 기회를 준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독 이번 사건에서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발언하게 한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불러올 만하다. 더구나 민 부장판사의 남편은 민주당 의원이고, 최 피고인의 부인은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민 부장판사가 이런 인간관계를 들어 스스로 재판을 회피(回避)했어야 한다.
서울고법은 "민 부장판사는 피고인 부인이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라는 걸 몰랐고, 공안사건 재판에는 단체 방청객이 몰려와 법정 소란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 이를 막기 위해 발언권을 줬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증인으로 채택해 진술 기회를 주는 절차를 밟았어야 옳다. 재판장이 국가보안법 같은 특수 사건 재판에선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주고 다른 사건에선 주지 않는다면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