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21 10:05 | 수정 : 2013.06.21 10:40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월간조선》 2013년 2월호를 통해 이미 사실로 드러났던 내용이다.
《월간조선》은 올해 2월호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라는 대외비(對外秘) 보고서를 정부의 고위소식통으로부터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 해당 기사 링크)
이 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던 2009년 5월 당시 두 차례의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 전직(前職) 대통령들의 발언 중 주요 대목 또는 문제 부분을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A4 용지로 모두 10쪽인 보고서의 상단에는 ‘대외비 09. 5. 11 限 파기’라고 적혀 있다. 문건을 만든 곳은 국가정보원이다.
문건에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NLL과 관련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하는 기초 단계로서는 제1차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쌍방이 포기하는 법률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며 “서부지대는 바다문제(NLL)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평화협력지대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포기한다, 이렇게 발표를 해도 되지 않겠는가”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에 대해 “그것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문제라고 나오고 있는데 헌법문제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어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경제지도를 덮어 그려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는 우리 측이 휴전 이래 사실상 ‘해상 영토선’으로 지켜온 NLL을 없애고 대신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새로운 합의선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북한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NLL을 서해 경계선으로 인정해 놓고도 줄곧 무력화(無力化)를 시도해 왔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런 북한의 NLL 무력화에 동조(同調)한 셈이다.
《월간조선》은 또 2월호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북핵(北核) 관련 발언도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고 했다.
북핵 6자회담은 당시까지 북한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남북한을 포함해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 6자(者)가 만나 ‘핵 폐기(廢棄) 후 보상(補償)’을 전제로 협상을 벌이던 틀이다.
그럼에도 그는 핵폐기 문제는 아예 거론도 하지 않은 채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과 싸웠다’고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남측에서 이번에 가서 핵문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와라… 주문이 많다. 근데 그것은 되도록 가서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느냐”고까지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는 또 노 전 대통령이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