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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깎아줘도 집 안사… 미분양에 한숨, 수도권 '용김고파(용인·김포·고양·파주)'

화이트보스 2013. 7. 1. 21:08

억 깎아줘도 집 안사… 미분양에 한숨, 수도권 '용김고파(용인·김포·고양·파주)'

  • 이위재 기자

  • 입력 : 2013.06.21 03:05

    4곳에 쌓이는 빈집 분양 안된 물량 1만 4489가구, 경기도 전체의 60% 차지

    오판1, 우르르 와서 살겠지 - "신도시로 출퇴근 많을 것" 예측
    건설사들 공급 많이 늘렸지만 분당·일산 출퇴근 10%에 불과

    오판2, 中大型은 팔리겠지 - 정부, 도심 中大型 재건축 억제
    용인·고양에서 中大型 늘어나 소형 인기 오르자 미분양 쌓여

    오판3, 일단 분양하면 되겠지 - 2007년 분양가 상한제 피하려
    건설사들 한꺼번에 공사 시작… 공급 물량 집중적으로 늘어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신봉 센트레빌 전용면적 149㎡ 아파트 분양가는 5억5900만원이다. 원래 7억9900만원이었는데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30% 할인한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인근 신봉 동일하이빌 3단지도 마찬가지. 전용 116㎡ 아파트를 7억7000만원에서 4억8900만원으로 37%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193㎡는 9억4000만원에서 5억5800만원으로 40%나 할인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인 용인 일대에선 '할인 분양' 말고도 일정 기간 살아본 뒤 살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하는 '환매조건부 분양' 등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용인시 미분양 주택은 6191가구로 작년 4분기(6676가구)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경기도 주요 도시 아파트 미분양 주택 현황 그래픽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용인 이외에 수도권 일대에서 미분양으로 고전하는 대표적인 지역은 경기 파주·김포·고양. 이들 지역에선 2007~ 2009년 사이 집중적으로 공급 물량이 늘었는데, 대부분 미분양으로 남으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개 지역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만4489가구.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2만4511가구)의 60%에 달한다.

    한때 입지가 좋아 인기를 끌었던 이 지역들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럴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①입지 선정·공급 물량 조절 실패

    이 4곳은 수도권 반경 20~35㎞ 범위 안에 있어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와 가까웠다. 그래서 신도시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많아 분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공급을 늘렸는데, 이 예상이 빗나갔다. 부동산114가 조사해보니 이 지역 거주자 중 인근 신도시로 출·퇴근하는 규모는 인구 중 10% 미만에 그쳤다.

    아직 개발이 덜 끝나 각종 기반 시설이 미흡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변 교통망이나 교육 여건, 편의시설 등이 부족해 임차(賃借) 수요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인근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밀려들면서 굳이 먼 곳에 집을 장만할 수요는 더 줄어들었다.

    이 4개 지역들에는 2007~2009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몰렸다. 고양과 용인의 경우에도 2007~2012년 5년간 공급된 신규 아파트 중 70%가 2007~2009년 3년 사이 몰렸다. 집중된 물량을 해소하려면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유인(誘因)이 떨어지면서 미분양을 양산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지역에선 2013~2015년 이미 예정된 추가 공급 물량이 계속 쏟아지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②역효과 낳은 정부 규제

    이 지역에 단기간에 신규 아파트가 몰린 데는 정부가 내놓은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중·대형 아파트 값이 뛰자, 도심지 내 중·대형 주택 공급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고 소형 공급 촉진에 나섰다. 도심의 중·대형 수요를 누르자 이 4개 지역들을 포함한 수도권 외곽에 중·대형 공급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그 무렵 용인과 고양에서는 중·대형 공급 비율이 45~65%에 달했다.

    더구나 건설사들이 그 시기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재개발·재건축 억제' 같은 각종 규제책을 내놓자 이를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사업을 승인받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공급 물량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중·대형 인기는 시들해지고 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 그때부터 중·대형 미분양은 차곡차곡 쌓였다. 용인은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이 전체의 83.6%에 달하고, 고양은 90.6%에 이른다.

    ③발목 잡은 고분양가

    건설사들은 2007년 9월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그해 상반기 분양 사업 승인을 집중적으로 신청했다. 4개 지역 모두 2007년 주택 분양 물량이 예년 수준의 2배에 달했다.

    당시는 이미 한창 집값이 올랐을 때였다.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시세에 맞춰 놓게 잡았다. 경쟁적으로 분양가가 뛰던 시기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고(高) 분양가는 미분양을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정부는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 문제가 골머리를 썩이자 양도세 감면 등의 해결책을 내놨으나, 수도권은 투기를 우려해 제외했다.

    이 조치로 지방 미분양 주택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수도권 미분양은 계속 늘어 3만 가구를 돌파했다. 수도권 장기 미분양이란 고질적인 숙제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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