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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촛불시위'라더니..대학가, 사그라드는 시국선언?

화이트보스 2013. 7. 4. 17:32

'제2의 촛불시위'라더니..대학가, 사그라드는 시국선언?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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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7.04 11:53 | 수정 : 2013.07.04 15:09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국정원 규탄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한대련 회원들. /조선일보DB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국정원 규탄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한대련 회원들. /조선일보DB

    대학가에 번지던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규탄 및 검찰 수사 촉구 ‘시국선언’이 점차 흐지부지 사그라들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검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 발표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으로 마치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예상됐던 분위기가 지금은 점점 거리가 멀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일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과문. 지난달 29일 국정원 사태 규탄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 고려대 총학은 최근 페이스북에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의 피켓 사건에 대한 총학생회ㆍ중앙운영위원회의 입장’이란 글을 올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에서 준비한 피켓에 ‘몸통을 가만둬선 안 된다’ ‘몸통은 박근혜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는데, (중략) 총학생회는 사전에 피켓을 제지하지 않은 것과, 여과없이 사진을 페이스북 계정 등에 올린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 총학생회ㆍ중앙운영위원회는 학우 여러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한마디로 운동권 단체의 ‘정치적 피켓’에 일반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총학생회가 사과한 것이다. 총학은 이어 “세심하게 집회·기자회견을 기획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측도 ‘내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논란을 일으킨 건 사과한다’는 입장을 총학에 표명했다”고 밝혔다.

    고대 재학생들은 “선동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 정치적 선동으로 잘못 보여지지 않아야 할 것” 등의 댓글을 달았다.

    잇단 대학가 ‘시국선언’의 촉매체로 지목됐던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기자회견 직후 ‘서울대 총학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게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대 총학은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 앞에서 국정원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후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을 규탄했지만 일부 보도대로 ‘시국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시국선언은 차후 의견수렴에 따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 총학은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비슷한 시기, 연세대와 고려대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리는 국정원 규탄 기자회견을 한 것이지, 시국선언을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카이스트 역시 지난달 27일 학생들의 투표를 받아 86.9%의 찬성률로 ‘국정원 수사 규탄 성명’을 발표했지만, ‘시국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시국선언’을 한 대학은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그리고 서울 소재 대학 총학생회·단과대 학생회 등 50여개로 조직된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등이다.

    일부 대학생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 등에서 가졌던 산발적인 촛불집회 역시 “제2의 광우병 촛불시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도심 세 곳과 게릴라 방식으로 시작됐던 촛불집회가 지난 3일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주최로 단 한 곳에서만 소규모로 열린 게 대표적이다. 무려 29명의 대학생이 경찰에 연행됐던 집회 초기를 빼곤 현재 거의 언론에 화제가 되고 않지도 않다. 

    한 경찰 관계자도 한 매체에 “분위기가 우려했던 것만 못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건 어린 중·고등학생들과 ‘유모차 부대’ 같은 여성들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참여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왜 분위기가 달라진 걸까. 일단 2008년과 지금의 이슈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2008년의 경우 ‘광우병 수입 쇠고기’라는 먹거리와 안전, 생명 관련 이슈라 더 많은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또 일반의 관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파문 등으로 옮겨가면서 시위의 동력(動力)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보는 네티즌들 의견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일부 단체가 시위를 유도한다고 더이상 모이지 않는다. 이건 (시위할만한) 이슈가 아니다” “국정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대학생들이 취업만 생각하고 이기적이어서 그렇다” “국정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뿐 제2의 촛불이 타오를 것” 등의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