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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主筆의 서재

화이트보스 2013. 7. 8. 16:04

신문사 主筆의 서재

  • 조용헌
  • 입력 : 2013.07.08 03:05

    
	조용헌 사진
    조용헌

    같은 언론이라고 하더라도 텔레비전은 인물도 좋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우대를 받고, 신문사는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근래에 만나본 논객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이다. 왜 기억에 남았느냐 하면 그가 집필하는 사무실 서재의 '서권기(書卷氣)' 가득한 분위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주필(主筆)이 있으면 객필(客筆)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객필이다. 객필은 사무실도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쓰는 필(筆)이라면, 주필은 고정된 자리도 있고 월급도 짭짤한 펜대 아닌가!

    주필의 초대를 받고 객필이 따라갔던 그의 주필실은 지상에 있는 게 아니라 신문사 지하에 있었다. 시멘트로 된 좁은 계단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지하로 한참 내려가면서 지하 수장고로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장서로 가득한 그의 집무실 겸 서재가 나타났다. 문득 수(隋)나라 때 최표(崔 )가 말한 '부독오천권서(不讀五千卷書) 무득입차실(毋得入此室)'이 생각났다. '5000권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 방에 들어올 수 없다'이다. 5000권도 못 읽은 사람과는 이야기해봤자 쓸데없는 내용뿐이다.

    대략 2만여권의 장서 가운데 강 주필이 최근 10년 이내에 사 모은 문·사·철 단행본만 해도 7000여권이라고 한다. 이게 그의 밑천이다. 주로 역사에 관한 책들이 많다. 이 장서들은 '월급의 10%는 무조건 책 사는 데 쓴다'는 신념의 소산이다. 80년대 후반 도쿄 특파원으로 있을 때는 점심 먹고 매일 고서점가인 '간다(神田)'에 가는 게 일과였다. 이때는 월급의 70%를 '간다'에서 비싼 책 사는 데 썼다. 당시 방우영 사장이 간다에 한 번씩 들르면 무려 100여권씩 샀는데 "자네 책도 50권 사라"고 하면서 돈을 주고 갔다고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오너의 카리스마가 나온다. 강 주필의 증조부도 한약상을 해서 번 돈으로 책을 사 모았고, 조부인 운섭(姜雲燮)은 구한말에 한성영어학교와 일본 중앙대 법대를 나와 고종의 비서를 하면서 어서(御書)를 관리하였다. 부친인 신태(姜信泰)는 교토제대를 나와 해방 후 '광주학생운동기념사'를 쓴 문장가이다. 이쯤 되면 주필의 서재는 유전자의 소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