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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찍습니다' 글 쓴 것처럼 발표

화이트보스 2013. 8. 19. 10:11

검찰,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찍습니다' 글 쓴 것처럼 발표

  •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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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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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19 03:04

    [실제론 네티즌 글 열람한 것… 檢·警, 검찰의 '경찰 CCTV 내용' 일부 왜곡 여부 공방]

    경찰의 "노다지" 감탄사를 '증거 다수 발견' 식으로 발표
    검찰 발표한 '오, Got it' 발언… 실제 동영상에선 찾을 수 없어

    검찰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면서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공개한 'CCTV 동영상 발췌 자료'는 실제 동영상에 담겨 있는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실 분석관들의 대화와 상당부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본지가 원본 동영상을 입수해 검찰이 공개한 발췌 자료와 비교해본 결과, 검찰은 분석관들의 발언 내용을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과장하거나 심지어 해당 문맥에서 나오지 않은 발언을 임의로 붙여넣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은 지난해 12월 16일 밤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댓글 중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은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127시간 동안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이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는 작업 등을 촬영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분석작업 전 과정을 동영상 촬영했다고 설명했지만, 검찰은 동영상에 선거법 위반 혐의의 증거가 되는 내용이 있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앞줄 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앞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준비한 CCTV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16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앞줄 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앞줄 왼쪽)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준비한 CCTV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①동영상에 없는 'Got it' 발언, 검찰 발표 자료에는 등장

    동영상에는 작년 12월 16일 오전 0시 59분 서울지방경찰청 분석관들이 닉네임 '서태지나'가 '저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하고, 닉네임 '숲속의 참치(국정원 여직원으로 추정)'가 이 글을 읽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자료 중 해당 부분에는 "오, 오. Got it. (뭔데요?)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검찰은 'Got it'이라는 말이 나온 시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닉네임 '서태지나'가 등장하는 대화 부분의 앞뒤 각 15분 동영상을 다 찾아봐도 이 표현 자체가 없었다. 검찰 자료만 보면, '서태지나'가 쓴 글을 국정원 직원이 열람한 것이라는 내용을 없애, 마치 국정원 직원이 '저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고 글을 쓴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②대화 중 일부 내용 삭제해 오해 소지 만들어

    동영상에는 같은 날 오전 1시 16분 분석관들은 "북한 핵실험 글밖에 없다", "문제는 이게 북한 쪽이 아니라 선거 관련된 게(선거 관련 글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라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온다. 전후에 등장하는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노다지다, 노다지"라는 말은 한 분석관이 자신이 찾아낸 분석 방법을 적용했을 때 상당수의 게시글을 찾을 수 있게 돼 내뱉은 감탄사다. 하지만 검찰 자료에는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중략) "그게 여기 있다니까요. 북한 로켓 관련 글들… 선거 관련된 것은 확인해봐야…"라고 정리돼 있다. 일부 발언 내용을 삭제함으로써 '선거 관련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내용의 대화가 '증거를 상당수 발견했다'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4시 2분, 서울청 분석관들은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 HTML에서" "노트북?"이라고 말하고 박수를 쳤다. 이 부분을 검찰은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라는 말 이후 곧바로 박수가 나온 것으로 정리했다. 분석관들은 HTML로 된 파일에서 닉네임이 발견됐다는 의미의 말을 한 것이지만, 검찰은 닉네임을 찾아 분석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게 되자 박수를 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실제 동영상의 차이점.
    경찰관들은 곧이어 "엑셀 그거 6만건이 넘어가지고…한 시간이면 끝나겠죠?"라며 엑셀 파일 분석작업이 한 시간 이내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검찰은 '엑셀'이라는 말을 제외하고 "한 시간이면 끝나겠죠?"라는 말만 넣어 마치 전체 분석 작업이 한 시간이면 완료되는 상황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게 했다.

    ③실제 대화 내용 과장되게 표현

    동영상에서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2시43분, 서울청 분석관들은 국정원 직원이 트위터에 접속한 기록을 찾았지만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설명 자료에서 이 부분 대화 내용을 "인터넷 트위터 접속기록이 있기는 했네요. 잉"이라고 일축했다. 자료만 보면 국정원 여직원이 트위터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한편 정치권에선 "분석관들이 '죽고 싶다' '두려움이 엄습한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축소·은폐된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동영상 확인 결과 분석관들은 "오늘 저녁 9시까지 안 나오면 도망가기로 했어" "큰일 났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수사를 해도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수사 결과와는 다른 외부의 시선에 대해 우려하는 대화를 나눈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