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건설정보 모음

도시 홍수, 공포가 현실로… 서울 물길을 나눠라

화이트보스 2013. 8. 19. 09:56

도시 홍수, 공포가 현실로… 서울 물길을 나눠라

  • 이위재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11.07.29 03:11

    방재 시스템 개선 시급
    합류식 시스템 문제 - 삼청동·인왕산·사직공원서 흘러온 물 광화문에 다 모여, 초기 홍수 처리에 문제 많아
    과감한 투자가 관건 - 하수 저류시설 확충 절실 "천문학적 복구 비용 감안땐 예방시설 투자하는 게 이익"

    지난 27일 서울을 강타한 104년 만의 폭우(暴雨)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만들어진 대도시가 홍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지없이 폭로했다. 이처럼 배수 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이 물에 잠기는 이른바 '도시홍수(Urban Flooding)' 현상은 최근 들어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호우와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데 쓴 돈은 24조원. 이 중 도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했다. 과거와 달리 '100년에 한 번 일어난다'는 집중 호우(豪雨)가 이제는 10년 또는 20년에 한 번씩 벌어지면서 '도시홍수'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도시홍수' 원인으로 ▲저지대 배수 불량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不透水)면 증가 ▲저지대 인구 밀집 ▲도시 물 저장 능력 부족 등을 꼽았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수 관거(下水管渠)·빗물펌프장·제방 등 방수 시설을 개선하는 동시에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해 토지이용계획과 범람원 관리 규제 등 통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시·지구 단위 계획을 세울 때 방재(防災)는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앞으로는 시작 단계부터 '방재 사전심의제'를 통해 주요 내용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도시홍수를 막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최근 뒤늦게 "기후변화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 수립 과정부터 기후변화 재해 취약성 평가를 하고 토지이용 등 각 부문 계획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04년 '특정 도시 하천 침수 피해 대책법'을 만들어 침수 피해 우려가 있는 하천 유역을 특별 관리하면서, '비에 강한 도시 만들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홍수'를 방어하는 핵심 과제는 결국 쏟아지는 빗물을 어떻게 밖으로 잘 빼내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하수시설을 강화하고 빗물을 담는 수조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하수관거는 오수와 우수(雨水)를 같이 처리하는 '합류식'과 나누는 '분류식'이 있는데 서울은 86%가 합류식이다. 이에 대해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합류식은 초기 홍수 처리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물은 한 군데로 모으면 안 되고 나눠야 하는데 광화문 광장은 삼청동·인왕산·사직공원 등에서 내려오는 게 다 모인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김충민 기자 kcm0514@chosun.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10년 강우 확률 빈도로 설계한 하수관거 용량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홍수지역은 50년 이상, 영국·호주(큰 피해 지역)는 25~50년 또는 100년에 한번 내리는 호우를 견디게 설계한다.

    여기에 일본 오사카시가 건설 중인 직경 16m·길이 8㎞ 대형 지하 배수터널이나 사이타마현에 있는 높이 18m 축구장 2개 크기 '수퍼 저류조(물탱크)'같은 대규모 빗물 저장시설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과감한 투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가 오면 시설이 필요하다고 하다가 지나면 잊혀진다"고 했다. 서울시는 현재 전체 길이 1만291㎞에 이르는 하수관거 설계를 최대 50년 빈도로 맞추려면 10조원 이상이 든다는 결론이 나와 포기했다. 당장 전국 하수 저류시설 확충에 드는 돈만도 3조2500억원.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상만 방재연구소장은 "언제까지 예산 타령만 할 수 없다"며 "복구 비용을 감안하면 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