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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벌어지는 無人자동차 전쟁

화이트보스 2013. 9. 11. 14:36

독일서 벌어지는 無人자동차 전쟁

  • 프랑크푸르트(독일)=호경업

  • 입력 : 2013.09.11 03:0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 앞두고 벤츠, 손 안대고 100㎞주행 성공 발표… 무인車 2020년까지 양산하기로
    닛산도 "10년내 상용화 성공할 것", 구글 무인車는 이미 46만㎞ 무사고… 대중화 시대 눈앞으로 다가와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개막을 앞둔 9일(현지 시각)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에서 열린 전야제. 무대에 등장한 다임러AG(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 이사회 의장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박사는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 주행(Autonomous Driving)' 차량의 도로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순간 좌중에서 '와우'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율 주행 차량은 로봇·컴퓨터공학·GPS(위치추적장치)·전자제어 등의 IT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운행하는 '무인(無人) 자동차'다.

    이 회사는 늦어도 오는 2020년까지 이 무인 자동차의 양산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동차의 IT화 분야에서 지금까지 가장 앞서 나간 기업은 IT 진영의 구글이었다. 그 뒤를 기존 완성차 업체(아우디·도요타·닛산·GM·포드 등)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벤츠가 이 기술의 자동차 업계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토마스 웨버(Weber) 개발 책임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상용화한 무인 자동차를 출시하는 첫 번째 자동차 업체가 될 것"이라며 "정밀성을 더 보완해서 수년 안에 상용차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신호등 100개 거친 테스트 성공

    제체 박사는 지난달 독일 남서부 만하임(Mannheim)에서 포르츠하임(Pforzheim)에 이르는 약 100㎞ 구간에서 이뤄진 무인 자동차의 시범주행 모습도 공개했다. 이 구간은 자동차를 최초로 만든 칼 벤츠(Benz)의 부인 베르타 벤츠가 1888년 남편이 만든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타고 처음으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했던 그 길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9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개막을 앞두고 현지에서 발표한 운전자가 필요없는‘자율 주행(Autonomous Driving)’차량의 시범주행 모습. 운전자가 벤츠 S500을 개조해 만든 무인 자동차에서 두 팔을 다리 위에 올려놓고 운전석에 앉아있다(왼쪽). 9일(현지 시각)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에서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야제에서 디터 제체 이사회 의장이‘자율 주행’차량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가 9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개막을 앞두고 현지에서 발표한 운전자가 필요없는‘자율 주행(Autonomous Driving)’차량의 시범주행 모습. 운전자가 벤츠 S500을 개조해 만든 무인 자동차에서 두 팔을 다리 위에 올려놓고 운전석에 앉아있다(왼쪽). 9일(현지 시각)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에서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야제에서 디터 제체 이사회 의장이‘자율 주행’차량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AP·뉴시스
    벤츠 S500을 개조해 만든 무인 자동차에서 운전자는 팔을 내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다. 차량은 최대 시속 등이 쓰여진 도로 표지판을 알아보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했고, 구부정한 길이 나타나면 차선에 맞춰 안전하게 주행했다. 번화가에선 신호등 100개를 거쳤다. 도로 중간에 보행자, 자전거 등이 나타나면 멈췄다가 다시 출발했다. 차량 주변의 움직임은 차량에 부착된 8개의 레이더, 3대의 입체 카메라가 감지했다.

    처음 나왔을 때 자동차의 명칭은 '말(馬) 없는 차(Horseless carriage)'였다. 125년이 지난 지금, 같은 길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동 운전 자동차'가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

    디터 제체 박사는 “교통사고 7건 중 6건은 운전자 과오로 발생한다”며 “자율 주행 차량은 무사고 운전(accident-free driving)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예컨대 현재 기술로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나타나면 차가 자동으로 서게 돼 있다. 그런데 횡단보도의 행인이 손짓으로 차부터 지나가라고 수신호를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책임자 웨버는 “이런 문제까지 읽어낼 수 있는 무인차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혼다·닛산 등도 자율 운전에 돈 쏟아넣어

    앞서 IT 진영의 구글이 개발한 무인 자동차도 지난 2011년부터 캘리포니아의 굽은 도로와 고속도로, 번잡한 샌프란시스코 도심 등지에서 46만km를 무사고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업체들도 돈을 쏟아넣고 있다. 닛산은 지난달 10∼12년 안에 무인차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와 아우디도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무인차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업계가 앞다퉈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인차 연구 과정에서 차선 유지 시스템, 충돌 예방 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 첨단 IT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 위주로 재편되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다.

    일부 기능은 이미 상용화됐다. 벤츠 신형 S클래스 모델은 스스로 다른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자동 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무인(無人) 자동차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차'. 자동차가 레이더와 카메라로 모은 정보를 취합해서 스스로 목표 지점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라고도 불린다. 선박·비행기와 같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