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13 15:21 | 수정 : 2013.09.13 15:25
/photo 유창우 영상미디어 부장

이 책을 기획한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1993년 이후 국방부를 20여년간 취재하고 있는 최장수 군사전문기자다. 그는 군사전문기자라고 할 때 떠오르는 근육질, 사나운 눈초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부드러운 인상이다. 이 책을 공동집필한 신 국장과 김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군과 관련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다. 유 기자가 북한군의 전력과 관련된 부분을 집필했고, 두 사람은 북한군의 역사와 조직 그리고 북한의 군수산업 전반에 대한 부분을 썼다.
유용원 기자는 9월 4일 주간조선과 만나 “북한의 전력에 대해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라며 “북한군에 대한 객관적 사실들을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북한 군부나 전략, 무기체계에 대해 각각 다룬 책들은 있었지만 북한군의 모든 것을 망라해 한 권의 책으로 낸 경우는 없었다. 이 책을 접한 군 관계자들이 ‘북한군 교과서 겸 참고서가 나왔다’는 평가를 해주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그동안 군 관련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오면서 군내에조차 북한군의 전략전술과 역사, 군부 구성 및 인맥,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비대칭 전력, 재래식 전력, 군수산업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책을 착안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북한군을 잘 알아야 하는 현역 장성·장교들뿐 아니라 북한 문제를 전공하는 학생, 북한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과 언론인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북한의 정세가 이 책을 쓴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은 2011년 12월 17일 세워진 김정은 체제의 존립과 불가결한 관계에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주기적으로 위협을 조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군사력 강화에 몰두해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김정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군사도발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하며 한국의 대북정책과 군사력 건설은 북한의 전술적 입장 변화에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비대칭전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
책에는 북한군이 우리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른바 비대칭전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에 대한 고급 정보와 분석들이 담겨 있다. 특히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비대칭전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국방 분야에서 말하는 비대칭전력이란 ‘적군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 비교우위를 누리고자 하는 시도’를 말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비대칭전력에는 핵무기(ICBM)를 비롯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학무기, 생물무기, 장사정포, 사이버전력 등이 있다.
책에는 또한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핵무기의 소형화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언급되어 있다. 핵무기 소형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 탄두로 장착할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으로, 고폭실험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고폭실험은 기폭장치의 폭발타이밍을 100만분의 1초까지 정교하게 맞추는 일종의 예비실험이다. 미 정찰위성은 1982년 북한 영변 구룡강변에서 고폭실험의 흔적을 처음으로 포착한 이래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70여차례, 1990년대 말부터 2002년 5월까지 60여차례 등 총 139차례의 고폭실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7월 27일 북한군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해 논란을 빚은 이른바 ‘핵배낭’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소형 핵무기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이밖에 지난해(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앞두고 한·미 정보당국이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소에서 은하3호보다 수m 더 큰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견했다는 것,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 갱도진지의 구체적 실태 등 새로운 사실들이 실려 있다.
재래식 전력의 경우 ‘선군호’ ‘폭풍호’ 등 신형 전차, 북한판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불리는 ‘KN-06’ 미사일, 무인타격기(무인공격기),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에 대한 정보와 분석도 소개하고 있다.
유 기자가 이 같은 고급 정보와 최신 분석을 책에 담을 수 있었던 데는 20여년간 군 관련 기사를 써오면서 축적했던 자료와 그의 웹사이트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유용원의 군사세계’(bemil.chosun.com)는 2001년 8월 개설 이래 누적 방문자 수만 2억4000여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국방 분야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최대의 군사전문 사이트다. ‘유용원의 군사세계’에는 100만장이 넘는 사진 등 북한군을 비롯한 전 세계의 각종 무기 및 국방 자료들이 올려져 있다.
유 기자는 “북한군 육해공 무기 제원 및 분석을 망라한 자료는 영국의 유명한 ‘제인연감(Jane’s Yearbooks)’에도 없다”며 “북한군 무기 관련 내용은 국내외 웹사이트의 자료뿐 아니라 일명 ‘고수회원’이라 불리는 군사 매니아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