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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가르치는 국제학교의 허와 실

화이트보스 2013. 10. 3. 14:39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학교의 허와 실

  •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장 유대인 교육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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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03 03:03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장 유대인 교육 연구자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장 유대인 교육 연구자
    지난해 중국의 M국제학교에서 며칠간 인성 교육을 했다. 전교생 200여명(중1~고3생) 중 한국계 학생은 48명으로 현지 동포 자녀와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었다.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말도 하고, 중국에서 살다 보니 중국어도 하고, 학교에서 영어로 강의하니 영어도 할 수 있어 글로벌 시대에 3개 국어와 문화를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학교였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약했다. 가문의 뿌리나 민족의식이 거의 없었고, 분단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관도 약했다. 족보도 몰랐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알고 있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는 중국에서 북침으로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짧은 기간이나마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우리 민족의 문화에 대해 가르쳤다. 강의 후 받아본 소감문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중국인이나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때 한국의 역사나 전통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열등의식을 느낀 적이 많다고 했다. 어떤 여학생은 한국인인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이런 환경은 한 인간으로서 내면적 정신세계를 빈곤하게 한다.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언어 능력 습득 측면에선 유리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인생 전체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체성을 키우는 데는 취약하다. 자칫 내면적 자존감이 약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현재 많은 미국 동포들의 영어권 자녀가 1세대 부모의 가문이나 한인 사회를 떠나 미국 문화에 동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녀에게 유대 문화를 가르쳐서 개인과 민족 그리고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먼저 갖게 한다. 그다음 다른 나라 언어와 IQ 교육을 시킨다. 그래서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사랑하는 유대 국민으로 만든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 미국 사회구조에는 적극 동화하지만 미국의 세속 문화에는 결코 동화되지 않는다. 이것이 유대인의 생존 비밀이다. 이것이 내가 미국에 38년 동안 살면서 20년 동안 유대인 공동체에 들어가 연구한 결과다.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먼저 한국인으로서의 기본 인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