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명운 건 시장경제 도입 나서다 (60)
by 주성하기자 2013-10-01 8:26 am
북한이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될 이번 개혁은 생산과 판매, 경영과 고용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까지도 모두 기업소 및 공장의 책임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는 것이어서 북한이 사실상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방향을 트는 ‘북한 정권 출범 후 가장 획기적인 경제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공장과 기업소 책임일꾼 및 재정일꾼을 상대로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체계’(이하 신경제체계)에 대해 집중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은 중앙에서 시작해 앞으로 도 시 군 단위로 내려가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제체계의 핵심은 국가 기간 및 군수 산업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공장과 기업소에 경영 자율성을 100%에 가깝게 부여하는 것이다.
먼저 원료 및 자재의 구입과 생산 제품의 판매 가격을 국가의 승인 없이 공장과 기업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또 생산 품목에 대한 결정권을 생산단위에 부여해 기업의 업종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생산 공정을 신설하는 것도 허용된다.
‘노력(인력) 관리’의 자율화도 이번 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공장과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거나 새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과 해고를 기업이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는 노동국(노동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노동자 임금도 기업소가 직접 결정할 수 있어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생산 독려를 위한 임금 차등화가 전면 가능하게 됐다.
또 모든 공장과 기업소에 ‘내화 계좌’와 함께 ‘외화 계좌’ 개설도 허용했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출입을 결정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이번 조치는 북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경제개혁”이라며 “북한이 계획경제를 폐기하고 시장경제를 변형한 ‘우리(북한)식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첫걸음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28일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내놓은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전국 우수 공장 300여 곳에 완전독립채산제를 도입해 1년간 시범 운영했다.
신경제체계는 시범 운영을 통해 이런 조치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결과이며, 보다 확대된 개혁 조치를 북한 전역에서 시행하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제도입의 내용과 전망은
북한이 전국적인 도입을 결정한 신경제체계는 북한 경제체제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명적 발상이다.
김정일 정권 시절인 2002년 북한이 실시한 7·1조치는 북한 반(反)개혁세력의 저항으로 3년도 안 돼 좌초했다. 이번 신경제체계의 미래도 쉽게 장담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시장경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제체계는 7·1조치에 비해 내용에서 훨씬 파격적이기 때문에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 신경제체계의 내용과 의미
신경제체계는 기업경영에서 국가의 계획과 통제를 최대한 배격하고 획기적인 자율성을 인정한 것이 핵심이다.
생산자재 및 수단을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한 것은 기업들에 대해 알아서 생존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7·1조치는 국가가 개설한 ‘사회주의 물자공급시장’에서 공장 기업소가 거래하도록 했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원자재를 요구하는 기업도 없었다.
또 기업 운영으로 창출되는 이윤이 종업원들에게 돌아가지 않아 생산 재개에 적극적인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기업이 멈춰서야 여유 시간을 활용해 장사에 뛰어들 수 있어 종업원들은 가동 중단을 원하는 게 현실이었다.
신경제체계는 생산과 가격 책정 권한까지 기업과 시장에 일임함으로써 종업원들이 소속 공장의 가동에 이해관계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업이 창출하는 수익이 장사 수익보다 많아야 근로자들이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의 기업들은 경영으로 창출한 이익의 일부분만 국가에 세금 형태로 낼 것으로 보인다.
각 공장 기업소가 생산제품을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업종 전환까지 허용한 조치는 신경제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품시장의 사실상 90% 이상을 중국 제품이 점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 공장 기업소가 살아남으려면 중국산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기계 화학 섬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생산경쟁력이나 원가가 중국산에 뒤지는 게 현실이다.
북한은 기업 자율성 부여로 소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품 생산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 조치는 기업 경영에 시장의 경쟁체제를 허용함으로써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바꾸는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 기업에 불필요한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 권한을 준 것도 북한 사상 최초의 일이다. 북한은 국가의 의무고용 보장을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으로 선전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공장 기업소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의무고용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고용자는 몇 만 명인데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기업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가동 중단 기업의 노동자들은 생활총화 같은 조직생활만 직장에서 하고, 도로 건설 등 비생산적 활동에 동원됐다.
임금 자율화는 7·1조치에서 근로자의 인센티브를 보장해 준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외화계좌의 허용으로 특권층 극소수가 각종 이권을 독점해온 해외 무역 권한을 각 기업에 나눠주려는 움직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 신경제체계의 미래와 과제는
신경제체계가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장경제 이해 및 경험 부족으로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난무할 가능성도 크다. 또 바닥에 떨어진 대외신용도, 통제에 따른 시장 위축, 원자재 공급처 확보, 내수 구매력 제고 등 하나하나가 신경제체계의 성패와 직결되는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제체계의 2002년 7·1조치가 나오던 때보다 많은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파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식 선포했다. 김정은은 노동당 행정부에 경제발전전략을 연구하는 ‘전략문제연구소’를 신설하고 직접 챙겼다.
지난해 6월 28일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발표하고 산업과 농업의 개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전국에 300여 개의 신경제체계 시범단위가 만들어져 1년간 가동됐다.
신경제체계의 실행 사령탑이 대표적 경제개혁파인 박봉주 총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총리는 2002년 7·1조치의 주도자로 알려졌지만 수구세력의 반발로 좌천됐다가 올 4월 총리로 재기용됐다. 그는 누구보다도 경제개혁 현장의 실정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1조치를 좌초시켰던 군부 등 북한의 수구세력이 김정은 시대에서 대폭 물갈이 되면서 크게 위축된 것도 안정적 개혁 조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수구세력도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언제 좌천될지 몰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피하고 있다.
국내외 여론이 경제개혁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것도 10년 전과 달라진 환경이다. 또 사실상의 가족영농제 도입으로 평가되는 농업개혁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당분간 북한에선 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6·25전쟁 이후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물자부족과 원자재 조달시장의 미비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신경제도입으로 북한엔 어떤 변화가 올까.
북한의 신경제체계 구상은 1961년 이래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노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어 북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개인의 기업 설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에서 불필요한 인력이 대폭 방출되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무직업자(실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을 방치하면 체제의 안정에도 크게 위험이 된다.
이 때문에 실업자를 고용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절실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당장 개인의 기업 설립까지 허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가 기업의 외피를 쓴 사실상의 개인기업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개인 기업의 설립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기존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간부 임명권이 크게 위축되고 민주주의 욕구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타 공장과 비교해 수익에 차이가 있으면 무능한 간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자신들 손으로 유능한 사업가를 뽑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출신 성분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간부선발 원칙이 무너지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크게는 노동당의 기능과 역할도 대폭 축소될 수 있다. 기존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간부사업권’(핵심 간부 평가 및 말단 간부 임면권)을 갖고 있는 공장과 기업소의 당 비서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경제체계가 본격 시행되면 현장에서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행정일꾼의 권한이 훨씬 강화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공장과 기업소에서 행정일꾼과 노동자들이 신경제체계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신경제체계 도입은 북한의 개방도 촉진시킬 전망이다. 지난해 6·28 경제관리개선조치 선포 이후 북한은 300여 개의 시범기업을 지정했다.
여기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은 대개 외국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한 피복 공장이나 광물자원을 해외에 수출한 기업들이었다.
즉 해외의 자본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의 결합 또는 지하자원의 수출이 현재 북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임이 확인됐다.
앞으로 이런 추이가 가속화되면 외국과의 협력에 사활을 거는 기업이 크게 늘어 북한 사회를 지탱해 온 폐쇄의 장벽도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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