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우롱당한 派獨광부·간호사, 故國이 보듬다

화이트보스 2013. 10. 26. 15:05

우롱당한 派獨광부·간호사, 故國이 보듬다

  • 안준호 기자
  •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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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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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26 03:03 | 수정 : 2013.10.26 09:28

    정홍원 총리 "국민 공분할 일" 部處들 나서 일정·숙소 마련
    파독 광부·간호사 220여명 "이제야 故國 품에 안긴것 같다"
    '정수코리아' 사기 혐의 수사… 따로 1000달러씩 걷은 의혹도

    "정부에서 저희를 맡아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세 가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라인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 그리고 파독(派獨) 전사(戰士)의 기적…."

    25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재외동포 220여명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답사에 나선 하영순(69) 재외한인간호사 유럽대표는 "이제 정말 고국의 품에 안긴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상 '사기극'으로 귀결된 '정수코리아'의 모국 방문 환영회에 참여했다가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던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이날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부·경찰청·포스코가 머리를 맞대고 오는 29일까지의 일정을 새로 짠 덕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이 이날까지 숙박과 조식을 제공한 데 이어 각 부처 산하 기관이 하루씩 맡아 관광 일정과 숙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수코리아 김문희(66) 회장 등은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다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며 발을 뺐다고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전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한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재외동포들이 파독 광부·간호사에 관한 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한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재외동포들이 파독 광부·간호사에 관한 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윤동진 객원기자
    정부가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은 핀란드를 방문 중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헬싱키 현지에서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오늘이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정수코리아가 파독 광부·간호사를 대상으로 기획한 모국 방문 환영회가 사실상 사기극이었다'는 본지 보도〈24일자 A11면〉 내용을 보고받고 "국민이 공분(公憤)할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국무조정실은 전했다. 정부가 마련한 새 일정에 따라 25일 방한단은 임진각과 제3땅굴, 도라산 전망대, 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봤다. 26일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4주년을 맞아 경북 구미로 이동, 박 전 대통령 생가와 새마을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이후 29일까지 포항 포스코, 수원 삼성전자 등을 둘러보게 된다. 폭침된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 안보공원과 국립현충원 등도 방문한다.

    파독 광부 출신 김근철(73)씨는 "사기꾼들의 정체를 재빠르게 밝혀준 한국 언론의 노력을 보니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태권도협회 김광웅(73) 회장은 "전국체전 끝나고 이번 행사에 합류했는데 사기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수코리아 캐나다추진위원장 조모씨의 자필(自筆)영수증
    정수코리아 캐나다추진위원장 조모씨의 자필(自筆)영수증
    한편 25일 정수코리아 총무가 일부 파독 광부 배우자들에게 따로 1000달러씩 걷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정수코리아 캐나다추진위원장 조모씨의 자필(自筆)영수증은 '모국 방문 경비'로 1000달러를 입금받은 사실이 나타나 있으며, 이날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 파독 광부 배우자 김모(66)씨는 "정수코리아 측이 '배우자 분들은 따로 경비 지원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에 1인당 1000달러씩을 내야 한다'고 말해 나처럼 여러 명이 입금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현재까지 김 회장 등 정수코리아 관련자 10여명을 소환해 정수장학회 사칭 여부, 후원금의 실체 등을 집중 추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