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국제부문 기자
“두 번 다뤘어요. 한 번은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내용에 관한 것이었죠. 시작하자마자 3.5%에서 1%대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경찰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중요하다 싶어 다뤘는데, 결과는 같았어요.” KBS 시절부터 예능 연출자로 일해온 김 PD는 이런 현상이 낯설다는 듯 “야당 하기 쉽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개그맨 김구라가 메인MC인 썰전은 시사 프로이면서도 예능 색이 짙다. 20~40대 시청자가 상당수고 여성 시청자도 적지 않다. 일반 대중이 정치 이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썰전 시청률이 설명해주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 PD의 말을 듣고 있자니 민주당의 가시밭길이 떠올랐다. 조금만 복잡하고 어려워도 채널을 돌리고, 한 줄로 요약돼 있지 않으면 읽으려 하지 않고, 내 지갑에 돈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대중을 상대로 어렵고 재미없는 국정원 이슈를 다루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김 PD는 이런 얘기도 했다. “국정원 이슈도 윤석열(수사팀장)과 조영곤(서울지검장)의 대결, 항명 파동으로 전달하면 시청률이 올라가요.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가 특수통과 공안통을 대표해 일전을 벌이는 거라고 하면 말이죠.”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검찰수사 외압을 항명파동 프레임으로 규정하려 한다.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 안타깝게도 그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중의 성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젊은 정치인 김수영의 일갈이 떠오른다. “이게 다 멍청한 국민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1야당이 국민 탓만 할 순 없다. 그게 뭐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 그걸 실현하는 게 민주당의 의무다. 마침 김 PD가 힌트가 될 만한 말을 했다. “그런데 어려워도요. 세금이나 연금 아이템엔 시청률이 올라가요.”
국정원을 다루지 않을 순 없다. 그건 야당의 사명 같은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이슈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고, 투쟁이 본업이 된 정당을 국민이 가까이하긴 어렵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간 민주당은 투쟁을 자주 앞세웠지만, 정작 자신의 본업인 선거에서는 전투력을 잃었다. 지난달 재·보선에서 30%포인트 차로 지고도 “정권 초엔 다 그렇다”고들 말한다.
김 PD의 힌트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민주당은 국민이 다가올 만한 아이템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민주당은 그런 주제들 속에서 정부·여당을 압도할 강력한 정책 어젠다를 찾아내야 한다.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살아남아서, 표를 얻어 정권을 잡아야 세상을 바꿀 거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