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戰力을 엿보고 戰略을 훔쳤다
- 문근식의 SubmarineWorld(57) 미·소 냉전 시 첩보 잠수함들의 물밑 전쟁
- 2013. 11. 17 13:27 입력 | 2013. 11. 17 16:43 수정
소련 연안서 수백차례 정찰
미사일 시험·성능 등 파악
함정 음향 특성까지 녹취도
![]() 미·소 냉전 시 미 해군은 잠수함을 투입해 소련의 신형함정 해상 시운전 정보, 핵미사일 발사 시험 정보 등을 은밀하게 수집했다. 사진은 미국 잠수함이 소련 영해 3마일까지 침투해 소련 선박들을 추적하고 감시했던 무대가 된 북극의 바렌츠 해협임. 필자제공 |
▶미국은 잠수함을 소련 영해 내로 침투시켜 미사일 시험, 해상 전투 능력, 시운전 중인 선박의 음향 특성 등을 파악
잠수함은 타국의 영해 12마일 내로는 허가 없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영해 내로 들어가려면 상대국에 사전 통보 후 허가받을 시만 물 위로 항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법상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은 몰래 적국의 영해 내로 들어가 첩보를 수집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다. 지금부터 미·소 냉전 시 공공연한 거짓말을 가장 잘한 잠수함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우리도 평시에 국익을 위해 고가의 잠수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교훈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지금부터 연재되는 내용은 한때 뉴욕 타임지에 연재돼 미국 전역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소 잠수함들 간 벌어진 실화를 책으로 엮은 ‘Blind Man's Bluff(장님들의 음모)’ 내용 중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본 내용을 연재할 수 있도록 번역된 주요 내용들을 제공해준 잠수함부대의 남헌욱 소령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냉전 시 미국은 소련의 해상 전투수행능력을 파악하고 소련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은밀성이 우수한 잠수함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미국은 소련 연안에 대한 감시 및 정찰활동을 위해 잠수함을 수백 차례에 걸쳐 투입시켰으며, 소련 미사일 발사시험을 감시했고 발사되는 미사일의 성능까지도 파악했다. 또한 소련 항만의 출입항 선박과 물동량을 확인하고 조선소 근해에서 새로 건조해 시운전 중인 함정의 특성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음향특성까지 녹취했다.
![]() 미국은 1940년대 말에서 50년대 초까지 첩보수집 작전에 디젤 잠수함을 투입했다. 그러나 작전 중 화재로 침몰하거나 스노클 도중 소련 함정들에 발각돼 망신을 당한 이후에는 원자력 잠수함을 첩보 잠수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초창기에 첩보수집 잠수함으로 투입된 텐치급 잠수함으로 외형이 마치 수상함 형상과 비슷하다. |
●최첨단 카메라, 음탐기, 통신 감청 장비 등으로 무장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소련의 핵미사일 탑재 전략원잠 감시임무를 최우선으로 수행
씨울프함과 같은 잠수함은 이러한 특수목적을 위해 부상하거나 잠망경 심도로 올라오지 않고도 수집된 정보를 본국에 타전할 수 있는 통신장치를 구비하고 있었다. 또한 소련 함정의 사격훈련 또는 무장발사시험 후 해저에 가라앉은 잔해와 파편 등을 회수할 수 있는 장비들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는 어뢰가 아니라 카메라, 최첨단 음탐기, 전파감청과 도청을 위한 복잡한 센서와 안테나들이었다.
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목표는 “한방에 적함을 격침하자”가 아닌 ‘너의 적을 알라’였다. 미국 잠수함이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는 첩보수집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들키지 않는 것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소련의 전략원잠(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을 추적하는 임무가 최우선이었다.
소련의 전략원잠은 20발의 탄도미사일을 적재하고 있고 1발의 탄도미사일에서 10기의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어 1척의 화력은 제2차 세계대전 시 일본에 투하한 원자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수중 화약고는 육상기지의 유도탄, 항공기에 탑재된 탄도탄보다 적의 공격으로부터는 안전했으나 자신들에게는 그만큼 더 위험했다.
소련의 전략원잠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최선의 대응책은 잠수함이었다. 이에 따라 소련 전략원잠의 정보를 수집하고 추적하는 것이 미 해군의 최우선 과제가 됐으며, 국가적인 위기상황 관리 시에 가장 비중 있게 취급됐다.
전진 배치된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승조원들은 햇빛도, 창문도 없는 좁은 잠수함 내에서 북적거리며 개인 사생활은 아예 포기해야 했고 가정을 떠나 대양의 심해에서 그들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터득해야만 했다. 또한 그들은 지중해의 구석구석을 항해하고 북극의 위험한 얼음 밑에도 있어야 했고 종종 소련의 영해까지 침투해야 했다. 임무수행기간 동안 음파탐지기를 통해 들려오는 고래소리, 물고기소리, 선박통항소음 등 수중소음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것 외에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잠수함 승조원들은 일반적인 수상함정의 승조원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승조원들이 즐겨야(?) 할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소련은 미 잠수함 활동구역에 폭뢰를 투하하거나 미군 또는 미 정보요원들을 스파이로 포섭
소련은 미국의 스파이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미 잠수함 활동구역에 주기적으로 폭뢰를 투하하거나 미군 또는 미 정보요원들을 스파이로 포섭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미·소 잠수함 간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미숙한 판단으로 상호 수중충돌에 직면하거나 소련 영해에서 소련함정에 탐지되는 등 위험이 증가됐다. 이러한 미국 잠수함은 소련에 있어서 적군 이상의 악역을 수행하는 흑사병과 같은 존재였다.
깊은 바다 죽음의 해류 속에서 적을 찾기 위한 잠수함 승조원들의 사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디젤 잠수함이 연합군 선박에 위협을 가한 지 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잠수함의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잠수함은 무장호송선단에 대한 공격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수단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결국 연합국의 발전된 대잠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 그 후에는 진짜 잠수함인 원자력 잠수함이 등장해 잠수함의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거기에다 핵무기까지 싣고 다니는 상황이 되니 적 잠수함 동향 파악은 항상 제1의 관심사이며 추적 대상이 되고 있다.
●잠수함을 이용한 통신 감청은 태평양전쟁의 경험에서 비롯
태평양전쟁 중에도 미국은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간단한 안테나를 여러 척의 잠수함에 설치하고 상륙작전을 위한 상륙해안 정찰임무를 부여했다. 이러한 실험은 정보당국자들의 관심을 자극했고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냉전 시작과 함께 잠수함에 의한 새로운 정보수집 임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임무가 너무 도발적이고 위험하지 않은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행하는 이러한 스파이 임무가 뜻하지 않게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들은 소련의 수중 통신케이블을 감청하기 위한 미 해군 정보장교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 소련 함정에 탐지돼 꼼짝할 수 없었던 잠수함 함장들의 이야기, 숨 쉴 공기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소련 군함의 소나기 같은 해상사격구역에 있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수십 년간 이러한 첩보수집 임무를 수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국은 지금 이 시각에도 잠수함을 그들의 관심지역에 은밀히 침투시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잠수함을 잠수함 특성에 맞게 운용하고 있는 나라다. 다음 회부터는 미·소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 간 쫓고 쫓기는 물밑작전의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 문근식 (주)솔트웍스 부사장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mksnavy@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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