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잠수함은 강대국의 전유물인가(4·끝)

움직이는 핵 기지로 불리는 전략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은 유사시 대비 24시간 물속에서 상대국의 주요 시설물에 대해 핵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 위력의 760배에 달하는 W88트라이던트 핵탄두 96개를 싣고 다닐 수 있는 미국의 오하이오 급 전략 원잠의 미사일 발사관과 시험발사 장면. 필자제공
▶‘디젤 잠수함과 원자력 잠수함의 차이는’ 계속
● 원자력 잠수함은 과연 디젤 잠수함보다 훨씬 시끄러운가?
혹자는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잠수함의 성능을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지적하면서 원자력 잠수함이 원자로를 가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커서 적에게 탐지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말도 신빙성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 최신 원자력 잠수함은 발전된 소음흡수장치와 재질을 사용해 함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디젤 잠수함의 소음 수준과 유사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는 필자가 현역 시절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과 훈련을 하면서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디젤 잠수함은 정상 작전 시 평소에 축전지를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최소한 하루에 두 번 이상 스노클 항해를 해야만 한다. 디젤 잠수함은 스노클 할 때가 가장 시끄럽다. 그런고로 스노클을 자주 하는 디젤 잠수함이 오히려 원자력 잠수함보다 적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 : 공기 불요추진체계) 탑재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AIP를 탑재한 잠수함은 정치·경제적 제한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지 못하는 중소 해군국에서 디젤 잠수함이 스노클 빈도를 줄이고 수중 지속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방편으로 운용하는 잠수함이다. AIP 탑재 잠수함은 스노클을 하지 않고 수중에서 수 주 동안 견딜 수 있어서 기존의 디젤 잠수함보다 수중 지속 능력은 3~5배 증대됐다. 그러나 이 정도의 능력도 4~6노트의 저속 기동 시에만 가능하고, 수중에서 적에게 탐지될 경우 회피 등을 위해 고속으로 기동하려면 주 축전지에 있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주 축전지를 사용하면 축전지 충전을 위한 스노클이 불가피하다. 결국 AIP 탑재 디젤 잠수함은 일정한 해역에서 저속으로 감시 및 정찰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적합하나, 높은 기동력을 갖고 원하는 위치에서 전략목표를 타격하거나, 피탐 시 생존을 위해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은 디젤 잠수함처럼 제한되므로, 근본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AIP 탑재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얻고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고 기술적인 능력이 향상되는 것 등은 분명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디젤 잠수함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점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AIP 탑재 잠수함으로 분명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우리가 원하는 전략적 수준에는 도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은 원자력 잠수함을 가질 수 있나?
한때 우리가 목표로 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사용하려 했던 우라늄은 프랑스 루비급에 들어가는 수준인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이었다. 원자력 추진이란 원자로 내 핵분열에 의해서 발생된 열에너지를 이용해 추진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핵연료는 U-235이며 자연 상태의 U-235를 20~90% 농축해 사용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의 경우 농축도가 40% 정도이며, 최근에 건조되고 있는 시울프급이나 버지니아급은 90%의 농축연료를 사용해 퇴역 시까지 핵연료 교환이 필요 없다. 농축도 20%는 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 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95%에는 미치지 못하는 농축도다.
●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는 국가적 의지만 있으면 가능
원자력 잠수함을 갖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기술 수준이고, 둘째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이며, 셋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국가적 의지다. 우리는 원자력 기술 강국 세계 5위의 수준으로 기술적인 문제는 쉽게 극복하리라 여겨지며, 핵연료는 오로지 함정의 추진체계에만 활용하기 위한 농축도 20% 미만(프랑스 루비급 잠수함 핵연료 농축도)을 사용한다면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오해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핵무기 개발 계획이 전혀 없음을 IAEA에 당당히 보고하고 국제사회에 선포한 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가적 의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개발하려 할 때 국제사회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핵무기를 갖지 않는다면 북한이 우리를 두려워하겠는가? 무기는 상대방이 두려워해야 효과가 있다. 앞으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우리도 북한에 대응할 만한 무기체계 확보를 국민 차원에서 공론화해야 하며 이러한 무기체계는 분명히 치명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치명적인 무기는 그야말로 신속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전광석화같이 발사하고 적에게 발각되었을 때 신속하게 도망칠 수 있는 생존 능력이 뛰어난 잠수함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만 설득하면 원자력 잠수함을 가질 수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원자력 잠수함 보유 강대국들은 완행열차가 아닌 KTX의 속도로 이동하며 바닷속 어느 곳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적국의 주요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조준하고 있다. 이것은 기동성이 떨어지고 생존 능력이 약한 디젤 잠수함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독일 디젤 잠수함의 아버지 되니츠 제독이 1200여 척의 잠수함을 잃고 수중에서 20노트 이상으로 무제한 기동할 수 있는 잠수함 개발을 꿈꿨고, 결국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아버지 리코버 제독이 수중에서 30노트 이상으로 무제한 작전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했다는 사실과, 나치 독일의 선제 핵개발을 우려한 아인슈타인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이 먼저 핵개발을 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원자탄이 개발된 사실을 보면, 원자력은 과거에도, 지금도 IAEA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미국만 설득하면 우리도 원자력 잠수함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역사는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일본은 비핵 3원칙을 고수하는 나라이면서 1970년대 초부터 약 10년간 원자력 외교로 미국을 설득해서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재처리 시설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나라다. 일본은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무쓰라는 상선을 이용해 선박용 원자로 제작 기술을 축적해 마음만 먹으면 즉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준비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잠수함 퀴즈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어느 나라의 무슨 급인가?
지난 주 정답: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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