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들다간 다친다”… 고슴도치 전략으로 실리 찾아야
기사입력 2013-12-02 03:00:00 기사수정 2013-12-02 08:38:38
[방공식별구역 갈등… 동북아 패권 격돌]<下> 韓 새우등 안되려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 사태가 1주일을 지나면서 방정식이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미일 국방 당국은 중국의 ADIZ로 사전 통보 없이 군용기를 출격시키는 ‘무시 전략’으로 공동 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은 미일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한국에는 ‘대화로 풀자’는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이어도 공역을 중국 ADIZ에서 제외하라’는 한국 요구는 면전에서 거절했다.
한국은 이번 ADIZ 사태를 통해 언제든지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취약성을 노출했다. 반면 중-일이 서로 한국에 구애 공세를 펼친 데서 보듯 전략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한국)는 고슴도치가 돼야 한다. 중-일 모두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장기 전략 없는 ‘일방적 편들기 외교’는 위험
ADIZ 사태는 중국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시작됐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에 맞서는 카드로 미일과의 협력 강화를 택하는 건 위험한 카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협력을 내세우며 한국에 먼저 접근하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지금도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과의 협력은 역사 및 독도 문제로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미일이 갑자기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한국만 외톨이 신세가 된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은 해양순시선을 들이받은 중국 선장을 ‘영해 침범 혐의’로 형사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서자 ‘사법 주권 포기’라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선장을 풀어준 바 있다. ADIZ 문제도 일본이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알 수 없다.
중국이 미일을 상대로 먼저 태도를 바꿀 개연성도 있다. 2010년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당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통해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맞받으며 베트남과 연합 군사훈련에 이어 핵 협력 의지까지 보이자 놀란 중국이 먼저 물러섰다.
○ 중간자의 전략적 가치를 중재자의 역할로 활용을
한국이 미중일처럼 상대국에 물리적 위협을 통해 의견을 관철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일 3국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이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전략적 가치도 높아진다”며 “한국의 이런 위치를 지렛대(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면 우리가 힘이 없다고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 한국은 품어야 할 동맹이고 일본도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중국도 한국을 대립 관계인 미일의 편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는 전략적 이해가 있다.
한국은 이런 중간자의 위치를 사태 해결의 중재자 역할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ADIZ와 관련해 가장 할 말 많은 국가가 한국인 만큼 미중일 3국을 상대로 ‘ADIZ를 재설정하자’고 적극 주문할 수도 있다. 3국과 달리 한국의 ADIZ는 외국군(미군)이 6·25전쟁의 혼란 속에 설정한 것이고 마라도와 홍도 인근은 명백한 한국 영공임에도 다른 나라 ADIZ의 침범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중-일과 싸울 의도가 없으며 국제법을 준수하라는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방적인 ADIZ 선포가 유엔해양법 협약과 충돌할 수 있고 ‘ADIZ를 침범하면 민간 항공기에까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중국의 위협도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법상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비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민항기 문제부터 푸는 것도 방법”이라며 단계적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
중국이 왜 이 시점에 ADIZ 카드를 꺼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 내 한 중국 전문가는 “집권 첫해에는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관례”라며 “시진핑(習近平) 취임 초기 초강경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사태와 부정부패 근절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
한국은 이번 ADIZ 사태를 통해 언제든지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취약성을 노출했다. 반면 중-일이 서로 한국에 구애 공세를 펼친 데서 보듯 전략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한국)는 고슴도치가 돼야 한다. 중-일 모두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장기 전략 없는 ‘일방적 편들기 외교’는 위험
ADIZ 사태는 중국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시작됐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에 맞서는 카드로 미일과의 협력 강화를 택하는 건 위험한 카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협력을 내세우며 한국에 먼저 접근하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지금도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과의 협력은 역사 및 독도 문제로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미일이 갑자기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한국만 외톨이 신세가 된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은 해양순시선을 들이받은 중국 선장을 ‘영해 침범 혐의’로 형사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서자 ‘사법 주권 포기’라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선장을 풀어준 바 있다. ADIZ 문제도 일본이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알 수 없다.
중국이 미일을 상대로 먼저 태도를 바꿀 개연성도 있다. 2010년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당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통해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맞받으며 베트남과 연합 군사훈련에 이어 핵 협력 의지까지 보이자 놀란 중국이 먼저 물러섰다.
○ 중간자의 전략적 가치를 중재자의 역할로 활용을
한국이 미중일처럼 상대국에 물리적 위협을 통해 의견을 관철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일 3국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이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전략적 가치도 높아진다”며 “한국의 이런 위치를 지렛대(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면 우리가 힘이 없다고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 한국은 품어야 할 동맹이고 일본도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중국도 한국을 대립 관계인 미일의 편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는 전략적 이해가 있다.
한국은 이런 중간자의 위치를 사태 해결의 중재자 역할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ADIZ와 관련해 가장 할 말 많은 국가가 한국인 만큼 미중일 3국을 상대로 ‘ADIZ를 재설정하자’고 적극 주문할 수도 있다. 3국과 달리 한국의 ADIZ는 외국군(미군)이 6·25전쟁의 혼란 속에 설정한 것이고 마라도와 홍도 인근은 명백한 한국 영공임에도 다른 나라 ADIZ의 침범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중-일과 싸울 의도가 없으며 국제법을 준수하라는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방적인 ADIZ 선포가 유엔해양법 협약과 충돌할 수 있고 ‘ADIZ를 침범하면 민간 항공기에까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중국의 위협도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법상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비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민항기 문제부터 푸는 것도 방법”이라며 단계적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
중국이 왜 이 시점에 ADIZ 카드를 꺼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 내 한 중국 전문가는 “집권 첫해에는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관례”라며 “시진핑(習近平) 취임 초기 초강경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사태와 부정부패 근절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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