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고령화에 대한 준비

"한국 고령화 위기, 15년전 日 판박이… 10년후 재앙 될 수도"

화이트보스 2013. 12. 5. 10:07

"한국 고령화 위기, 15년전 日 판박이… 10년후 재앙 될 수도"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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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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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이옥진 기자
  • 사회부=최원우 기자
  • 입력 : 2013.12.05 03:01

    日 고령화 연구 개척자, 무라타 히로유키 교수

    
	무라타 히로유키 교수 사진
    "현재 한국은 15년 전 일본과 똑같습니다. '고령화'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없죠. 이렇게 가다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무라타 히로유키〈사진〉 도호쿠대 스마트에이징 국제공동연구센터 특임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무라타 교수는 일본 고령화 연구의 개척자이자,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그는 "시니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섬세한 접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15년 전 일본에서도 시니어 시장에 대한 장밋빛 분석에 의존했다가 많은 기업이 실패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시니어 사업과 시니어 시장에 대한 행사와 콘퍼런스 붐을 거론했다. 10~13년 전 일본에서 똑같이 불었던 바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행사에도 실질적인 시니어 시장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수요를 맞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라타 교수는 '고령 친화적(age-friendly)' 접근이 아닌 '고령화 친화적(aging-friendly)'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정책을 추진할 때 특정 시기·특정 세대에게 친화적인 접근법을 펴는 데 그치지 말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 든 상태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에이징 프렌들리 상품으로 일본 후지쓰사(社)의 '라쿠라쿠폰'을 예로 들었다. 라쿠라쿠폰은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휴대폰으로, 노안을 고려해 화면의 글씨와 조작 버튼이 크고, 감퇴한 청력을 배려한 음성 보정 기능도 있다. 이런 게 '고령 친화적' 상품이란 얘기다. 하지만 라쿠라쿠폰에 대한 6075세대의 반응은 냉담했다. 과거에 비해 활기차고, 스스로를 젊게 생각하는 신중년에게 라쿠라쿠폰은 '노인이나 쓰는 휴대폰'이라는 치명적인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후에 후지쓰사는 라쿠라쿠폰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개선하고, 젊은 이미지를 골자로 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식으로 '고령화 친화적' 접근을 했고, 그 결과 라쿠라쿠폰은 일본 전역에서 2200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상품이 됐다.

    무라타 교수는 한국은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처럼 구호에만 그치면 10년 후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