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로봇 시대
SF에나 나올 법한 로봇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고령 사회 일본에서 간병 로봇에 대해 공적 보험을 적용키로 했단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간을 대신할 로봇 분야는 점점 발달할 일만 남았다.
특히 간병과 같은 역할을 해 줄 로봇이 우리나라에도 곧 필요할 전망이다.
글 이준엽(칼럼니스트 · 솔고바이오메디칼 CSO)
2005년 미국 뉴저지에 사는 리처드는 가족들을 위해 첨단 가사 로봇을 주문한다. TV나 휴대폰을 사듯이 가정용 첨단 로봇을 구입해서 가사를 돕게 하는 것이 일상인 시대.
‘안드로이드’라는 로봇 모델명을 막내딸이 ‘앤드류’라고 부르면서 이름을 갖게 된 로봇은 그 이후로 200년을 살면서 점점 인간의 장기와 신경을 이식받아 결국 인간과 사랑도 하고 인간으로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1999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이야기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000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가사 로봇이 200년(bicentennial) 동안 살면서 점차 인간이 되어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미국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가 1976년 발표한 소설이다. 러시아 태생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아시모프는 생화학자이면서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과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200편이 넘는 SF를 썼다.
특히 그는 첨단 로봇이 미래 사회를 누비는 모습을 자주 묘사하였는데 1976년에 발표한 <바이센테니얼 맨>은 2005년이면 첨단 로봇이 일반 가정에 보급되어 가사를 돕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5년이 훨씬 지난 지금, 아시모프가 그린 대로 가사를 돕는 첨단 로봇이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바이센테니얼 맨>의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화될 전망이다.
첨단 로봇을 가전제품처럼, 로봇 시대의 도래
아톰에서 마징가와 건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생산해 온 일본이 그 시작을 알렸다. 일본 정부는 얼마 전 고령자나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첨단 간병 로봇을 공적 보험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부터 간병 로봇 사용료의 90% 정도를 공적 보험에서 보조하기로 한 것이다. 노약자나 장애인의 식사를 돕는 로봇, 목욕이나 승차를 돕는 로봇, 재활을 돕는 로봇 등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간병 수요는 증가하는데 간병인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환자를 돌보는 첨단 간병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간병도 일종의 가사 노동일 수 있으니 일본판 ‘바이센테니얼 맨’이 시작된 셈이다.
일본에서 간병 로봇의 시작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에 세콤(SECOM)은 손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는 식사 보조 로봇 ‘마이스푼’을 개발하여 일본과 유럽 7개국에 지금까지 300여 대를 판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츠쿠바 대학의 산카이 교수는 2004년에 자신이 만든 외골격형 착용 로봇 ‘할(HAL: Hybrid Assistive Limb)’을 상용화하기 위해 사이버다인(Cyberdine)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의 근력을 보조하는 보조 로봇으로 특화시켰다. 착용형 로봇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닮은 본격적인 간병 로봇이 일본에서 등장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문무 과학성 산하 이화학연구소와 도카이 고무공업이 개발한 간병 로봇 ‘리바(RIBA)’는 사람을 두 팔로 들어 옮길 수 있는 로봇이었다. 키 140cm, 몸무게 80kg의 백곰 모양으로 귀엽게 제작된 리바는 간병인의 음성을 인식해 환자를 안아 옮기는 일을 수행했다.
최근 성능이 향상된 ‘리바 2’는 기존 로봇보다 훨씬 정교한 동작이 가능해졌는데 2015년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간병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르고메디컬사는 2008년 목발을 활용한 외골격형 로봇 ‘리워크(ReWalk)’의 시제품을 발표하였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바이오닉스라는 회사는 2010년 말, 하지 마비 환자용 외골격형 로봇 ‘이레그스(eLEGS)’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노약자나 장애인의 물리적 장애를 보조해 주는 로봇 말고도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의 시바타 박사가 개발하여 2004년에 상용화한 물개 모양 로봇 ‘파로(PARO)’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스킨십을 감지하고 눈짓과 몸짓 또는 소리에 반응하는 심리 치료용 로봇이다.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발되었으며 세계 여러 의료복지시설에서 심리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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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함께 보내게 될 미래
이처럼 일본에서는 ‘개호(介護: 곁에서 돌보아 줌) 로봇’이라 불리는 노약자용 간병 로봇이 실용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일본이 간병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은 저임금으로 인한 간병인 부족이 원인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요양보호사와 재가 센터 제도를 만들어 노약자와 장애인의 간병과 생활 보조를 지원하고 있지만 저임금으로 인해 요양보호사의 근무 만족도와 삶의 질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일본이 겪은 간병인 부족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또 머지않아 간병 로봇에 공적 보험을 지원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로봇공학의 발달이 가져올 첨단 간병 로봇의 시대, 올해 미국에선 ‘임종 로봇(Last Minute Robot)’으로 이름 붙여진 호스피스 로봇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로봇은 말기 암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팔을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쩌면 앞으로 인생의 말년을 사람보다는 로봇과 함께 보낼 날이 더 많아질지 모를 일이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는 로봇을 사랑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시모프의 예견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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