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후 면역세포 배양해 환자에 주입,
日 규슈 구라모치 박사 40년 임상 연구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 효과 눈길
일본 규슈 후쿠오카 국제공항 역사에서 나오자 비가 오기 직전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왔다.
공항에서 규슈자동차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차를 달려 구마모토 시가지에 도착했다.
구마모토시엔 면역세포요법으로 암 치료를 하는 센신병원이 있다.
일본의 여느 가정집처럼 꾸며진 편안한 분위기의 이 병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 후 찾았던 병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센신병원은 주로 말기암 환자들이 찾는다.
암을 발견하면 먼저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하고 그마저도 듣지 않는 가망 없는 암환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면역세포요법을 찾기 때문이다.
센신병원의 암 치료 전문의 구라모치 쓰네오(62·倉持恒雄) 박사는 “면역세포요법은 환자의 면역력을 강화해 암세포를 억제·축소하는 방식”이라며
“2008년 말기 난소암으로 일반 병원에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40대 여성이 면역세포요법의 하나인 복합면역세포치료를 받고 암 종양이 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0일 일본 센신병원에서 만난 구라모치 박사는 한쪽 다리를 절었다.
10년 전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왼쪽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제 신조가 희망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희망을 버리는 것이죠. 암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환자는 ‘암 치유 또는 공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구라모치 박사는 40년에 걸쳐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인체 림프구 면역기능의 규명과 면역세포치료에 관한 연구를 해온 ‘면역치료 암세포’ 분야의 권위자다.
“면역치료는 제4의 암 치료법”
구라모치 박사를 따라 병원 내에 있는 세포처리센터(Cell Precessing Center)에 들어가봤다.
세포처리센터는 환자로부터 채혈한 혈액 속 면역세포를 인공배양하기 위한 시설이다.
센신병원 측은 일본 민간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무균세포처리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무균배양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지와 모자까지 한 번에 연결된 풀오버형 작업복, 장갑, 마스크, 발덮개까지 장착한 뒤 공기 샤워를 해야 한다.
세포처리센터 속 3개의 냉장고형 저장고 안엔 면역세포 증식을 위한 30mL 용량의 배양 플라스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채혈 당시 500만~1000만개였던 면역세포는 2주간 세 차례에 걸친 배양과정에 따라 20억~50억개로 배양·활성화된다.
면역세포가 증대된 체액은 링거를 통해 다시 환자의 몸속으로 주입된다.
구라모치 박사는 2006년 세계 최초로 5종 복합면역세포치료법을 개발했다.
구라모치 박사는 “복합면역세포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130명의 환자 중 치유 효과를 본 사람은 83명이었다”며
“이 중 종양이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종양 수치가 내려가 재발이 안된 환자는 28명(20%), 종양의 크기가 변함없거나 암세포 전이가 없는 환자는 55명(39%)”이었다고 말했다.
구라모치 박사가 2006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6차례의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 치료를 받은 150여명 가운데 임상실험에 동의한 130명의 환자의 치료과정을 추적한 결과였다.이들 환자의 90%는 암 말기판정을받은 환자들이었다.
면역세포요법은 제4대 암 치료법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 이렇게 표준 3대 치료법으로 이뤄진다.
3대 치료법은 초기 암일 경우 매우 효과적이나, 진행암이나 말기암이 되면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신체의 한 부위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돼 암세포 증식 범위가 넓어지면 절단을 통한 종양 제거가 불가능해지고, 투약하는 항암제 양이 늘거나 방사선 노출 범위가 커지면 환자의 면역력이 급격히 감소되기 때문이다.
면역세포요법은 환자 몸에서 약해진 면역세포를 꺼내 강하게 만든 후 체내로 다시 돌려보내 환자가 지닌 본래의 면역력을 활성화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원래 몸속에 있던 자신의 세포이기에 부작용이나 거부 반응이 없다.
구라모치 박사는 “면역세포요법으로 암 치료를 해온 10년여 동안 3500여명을 치료했지만 한 차례의 부작용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선 10여년 전부터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자가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미국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는 2006년 ‘면역세포 미세환경’(미생물에 있어 직접 접해 있는 물리화학적 주위 환경)을 변형하는 사전조건형성(pre-conditioning) 과정을 통해 면역세포요법을 개발해 70%라는 획기적인 암 치료 유효율을 기록한 바 있다.
“면역기능 과도해져도 부작용”
국내 국립암센터 면역·세포치료연구과의 권병세(64) 교수는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끊임없이 생기고 있지만 면역력이 그때그때 처리한다”며 “체내에 지나치게 많은 면역세포를 주입하면 인체의 면역체계를 오히려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암세포를 잡아내는 면역세포가 많아지면 암세포가 면역을 회피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생깁니다.
그러면 암세포가 항원제시세포(정상세포로부터 암세포를 구별할 수 있는 표식)를 더이상 안 만들어내게 되고,
면역기능 세포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기 어려워집니다.”
암세포 덩어리는 면역세포가 헷갈리는 사이에 그 크기를 키워 자신에게 유리한 미세환경을 형성한다.
이 미세환경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속엔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면역기능이 과도해지면 자가면역질환 등 우리 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체계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
권 교수는 “면역세포요법이 표준화되려면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며 “표준 암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면 초기 암 상태부터 면역세포요법을 쓸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면역세포요법은 식약청 허가 아래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임상실험 단계에 있다.
센신병원은 “면역세포요법을 찾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면역세포요법이 조금씩 알려짐에 따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 연예인들이 항암치료를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복합면역세포요법의 또 다른 효과
폐경 등 갱년기 증상 치료… 국내 병원에 기술이전 협의 중
구라모치 쓰네오 박사는
“복합면역세포치료로 면역력이 강화되면 암의 재발 방지뿐 아니라 삶의 질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 유지와 강화, 항스트레스, 세포의 재생, 근력 유지, 체지방 감소, 성호르몬 생성 등의 기능을 하는 호르몬인 DHEA - s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DHEA - s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할 때는 저하되고 면역력이 강화되면 다시 회복되는데,
이 호르몬이 상승한 환자의 암 재발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라모치 박사는 또 “임상실험 결과 복합면역요법은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했는데, 남성보다 여성에게 효과가 좋았다”며 “갱년기 증상 치료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구라모치 박사는
“실제로 평균보다 일찍 폐경기에 접어들었던 한 여성이 폐암 치료를 위해 면역세포 배양 체액 주사를 맞았는데 다시 월경을 시작한 적도 있다”며 “4개월에 1회씩 꾸준히 면역세포 체액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복합면역세포요법은 6회의 치료가 한 사이클로 이뤄진다.
일본 센신병원과 국내 대학병원들 사이의 복합면역세포요법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선진바이오텍 양동근 대표는 “1회 치료비용은 400만원 정도로 기본적으로 6회 방문 검사·치료가 한 번의 사이클이고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현재 국내 2〜3개 병원과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머지않아 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5종 면역세포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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