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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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영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보건복지정보학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경제성장을 통한 자연적인 세수입의 증대와 고용 증대로 복지 대상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1950~70년대에 4.4~5.5%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으로 개인소득 증가에 따른 조세 수입의 자연적 증가와 높은 고용률로 복지국가를 실현시켰다. 우리도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복지의 틀과 재원 확보 방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복지 확대는 지금처럼 무조건 세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건강보험처럼 정부와 기업·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운영하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즉 기초 연금과 무상 보육은 '노인연금보험'과 '보육·출산보험'으로 바꾸고, 4대 중증 질환 진료비는 현행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기초 연금과 무상 보육을 사회보험으로 바꾸면 현재 논란이 되는 문제점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첫째, 보험료를 소득·재산에 따라 물리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부과하면 증세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줄이고, 안정적인 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출산 및 육아 휴직이 모든 가입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로 인정받아 마음껏 출산·육아 휴직을 갈 수 있고 직장 복귀에 대한 걱정도 없앨 수 있다. 셋째,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한 복지 확대 경쟁을 막을 수 있다. 복지 확대는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 없이는 복지 확대가 불가능해진다. 넷째, 경제성장과 복지 확대를 연계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들이 보험료를 낼 능력이 커져 경제와 복지의 동반 성장이 이뤄질 수 있고, 복지비의 과잉 지출로 인한 국가재정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예산 확보 부담도 없앨 수 있다.
기초 연금과 무상 보육은 노인이나 젊은 부부를 위한 정책인데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국민 전체가 대상자가 되기에 부담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복지제도를 '무상 지원'에서 전 국민이 직접 돈을 내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방법 말고는 현실적으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가 어렵다. 현재 유럽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복지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도 사회보험 방식에 따른 재원 확보로 복지비 부담으로 인한 국민 갈등을 최소화했다. 한국과 비슷한 복지제도를 가진 일본도 기초 연금을 사회보험으로 하되 기업들이 회사원의 부인 보험료까지 부담하게 하여 기업들의 책임을 높이고, 빈곤층의 보험료는 정부가 부담하여 개인·기업·정부가 기초 연금의 재정을 분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