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6 03:00
[탈북자 출신 전문가들 좌담]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장성택, 삼성전자 본 뒤 '인류 理想'이라 격찬…
혈맹 사라진 北·中관 계호재 없이 악재만 남아
-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장성택에 줄서느냐, 김설송 남편에 줄서느냐
올 7월부터 北서 논란… 張, 먼저 공격했어야
- 강명도 경민대 교수(前강성산 총리 사위)
김정은, 1년 간장성택 도청·내사…
쿠데타 세력 없는 대신 망명과 이탈 늘어날 것
탈북자 출신의 북한 전문가들은 15일 북한 장성택 행정부장 처형 사태와 관련,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선군(先軍) 정치가 김정은 체제 들어 선당(先黨) 정치로 가고, (이후) 장성택이 잘해서 선경(先經·경제 우선) 정치로 가기를 기대했는데, 이제 총알 정치로 갔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공포와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조선일보사에서 강명도 경민대 교수,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과 함께 가진 좌담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고위 간부들은 공포심 때문에 김정은의 말을 꼼꼼하게 받아 적는 등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졌다"며 "그러나 진짜 민심을 잃고 실각한 사람은 장성택이 아닌 김정은이라는 뒷말이 나온다"고 했다. 강명도 교수는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를 통해 장성택을 지난 1년간 도청하고 내사해 왔다고 한다"며 "북한에서 더 이상 김정은에게 대항할 세력이 사라져 겉으론 안정되겠지만, 고모부까지 처형했다는 불신 때문에 상류층의 잇따른 망명과 이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윤걸 소장은 "장성택 처형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3족을 멸문시키겠다고 하니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며 "북한 지도층의 한 지인도 '당분간 나를 찾지 말라'며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북한에 있을 때 AK소총으로 총살하는 것은 봤지만 기관총이나 박격포로 처형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조선일보사에서 강명도 경민대 교수,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과 함께 가진 좌담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고위 간부들은 공포심 때문에 김정은의 말을 꼼꼼하게 받아 적는 등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졌다"며 "그러나 진짜 민심을 잃고 실각한 사람은 장성택이 아닌 김정은이라는 뒷말이 나온다"고 했다. 강명도 교수는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조직지도부를 통해 장성택을 지난 1년간 도청하고 내사해 왔다고 한다"며 "북한에서 더 이상 김정은에게 대항할 세력이 사라져 겉으론 안정되겠지만, 고모부까지 처형했다는 불신 때문에 상류층의 잇따른 망명과 이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윤걸 소장은 "장성택 처형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3족을 멸문시키겠다고 하니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며 "북한 지도층의 한 지인도 '당분간 나를 찾지 말라'며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북한에 있을 때 AK소총으로 총살하는 것은 봤지만 기관총이나 박격포로 처형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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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강명도 경민대 교수.
안찬일(이하 안) "장성택에 대한 김정은의 분노와 가족 간의 불화에다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머니(money) 파워 싸움이 겹쳐 일어난 일로 본다."
이윤걸(이하 이) "김정은 체제가 존속하려면 장성택 세력을 쳐내야 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유도하려 장성택에게 힘을 실어주자 김정은 측의 조사가 시작된 것 같다."
강명도(이하 강) "김정은은 고모 김경희가 죽으면 자기는 '1번 동지'라 불리던 장성택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김경희를 설득하고 원로 세력의 지원을 받아 장성택을 친 것이다."
이·강 "이번 사건은 김정은과 왕당파의 친위 쿠데타다."
―장성택 처형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안 "지난 9일 평양에선 '장삼태기(장성택) 세도는 평양 보통강에 떠내려가고 김정어리(김정은) 권력은 삼지연에 둥둥 떴네'라는 얘기가 돌았다. 유일영도체제를 강화하려 했지만 너무 어린 사람이 잔인성만 보이지 않았나.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많다."
이 "고위층은 덤터기로 죽을까 봐 자숙하는데, 일반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다. 내일 먹을 게 없어 죽을 판에 무슨 상관인가."
강 "실제 죄도 없고 친족 간 도의에 어긋나는데 죽일 필요까지 있었느냐고 나쁘게 보는 사람이 많지만 감히 얘기를 못한다."
―처형 방식이 원래 이렇게 잔인했나.
이 "기관총 처형이 없었는데 김정은이 장성택 치기 전 분위기를 잡으려고 최근 자주 한다."
안 "이전엔 AK소총으로 가슴·복부·무릎만 쏘고 얼굴은 안 쐈다. 그런데 은하수 악단 처형 때는 기관총으로 얼굴도 쏘아서 시체를 분해시켰다고 하더라."
이 "이것이 김정은 체제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이제 제동장치가 사라졌다. 경험이 없는 김정은에게 조언하는 사람이 다 사라져 더 빨리 망할 것이다."
강 "자기 고모부까지 치는데 누가 감히 이반하는가. 김정은이 하라는 대로 무조건 '예' 하면서 갈 것이고, 딴마음을 가져도 쿠데타는 못 할 것이다."
안 "북한 엘리트는 그렇겠지만 민심은 이번에 떠나지 않았나 싶다."
―장성택은 어떤 사람이었나.
이 "김정일 다음으로 실권자였다. 사람 좋고 능력은 있는데 결단력이 없고 자기 사람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다. 결국 이 때문에 조카에게 당했다. 장성택이 먼저 선공을 했거나 망명이라도 했어야 했다."
안 "눈은 김정은을 향해도 눈동자는 장성택에게 가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장성택은 우유부단하고, 통이 크지 못했다. 그는 2002년 서울에서 삼성전자를 보고 난 뒤 '인류의 이상이 실현된 상태'라고 격찬을 했다. 그런 태도가 이번에 '자본주의 날라리'라는 비판을 받은 것 같다."
이 "북한 내부에서 장성택에게 줄 서느냐, (김정일 딸인) 김설송의 남편(신복남) 쪽에 서느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올 7월부터 김설송 줄에 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안 "김정은은 고모부가 필요했는데, 장성택이 오만불손하다는 얘기가 의전 쪽에서 나왔다. 장성택 머니 권력이 비대해지고 경고에도 해체되지 않으니까 김정은이 혈족 회의를 통해 숙청키로 결정했다."
―북 주민은 김정은을 어떻게 보나.
강 "김정은은 조언을 받아야 하는데 조언하면 죽이니 앞으로 아무도 못할 것이다. 쿠데타를 할 만한 세력이 없는 대신 전방 사단장이 부하들과 함께 철책선을 걷어버리고 넘어오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대량 난민과 내부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안 "뭐 하려 하는지 모호하고 검증이 필요하다고들 생각한다. 리설주와 낄낄거리며 한국 드라마 많이 본다는데, 민심에선 실각했다."
이 "김정일보다 김정은이 더 포악하다고 한다. 자주 왁왁거린다고 하더라. 다만 일부 기득권층은 기대도 가지고 있다."
강 "이번에 신진 세력이 장성택 숙청에 역할을 많이 했고 앞으로 핵심 세력이 되겠지만 힘이 커지면 결국 그들도 숙청될 것이다."
안 "장성택에게 가졌던 희망과 기대가 절망감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이 너무나 잔인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을 것이다."
강 "북한은 지금 재정이 파탄 났다. 김정은은 김정일에게 20억달러도 못 물려받았는데 이제 다 고갈됐다고 한다."
안 "북·중 관계도 적혈구는 빠져나가고 백혈구만 남았다. 혈맹은 사라지고 형식적 관계만 남았다는 뜻이다. 악재만 있고 호재는 없다."
강 "김정은은 빨리 중국을 방문해서 관계를 복원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갈 것이다."
―장성택 일부 측근은 아직 숙청되지 않았는데.
안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이후 추가 숙청자가 드러날 것이다. 완만하게 숙청이 진행될 거다. 현 박봉주 내각 체제는 내년 4월까지는 갈 것 같다."
강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장성택 측근은 물론이고 최룡해도 1년 내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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