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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빛과 그림자

화이트보스 2013. 12. 16. 10:48

국정원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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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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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張 실각 발표한 국정원, 각종 음모론에 시달려 억울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초래한 業報
    대공수사권 폐지는 야당의 과도한 공세… 朴대통령과 南원장의 정치 불개입 의지가 관건

    주용중 정치부장 사진
    주용중 정치부장
    "어쩌다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까지 오해받게 됐는지 서글프네요." 지난 3일 장성택 실각설(說)이 처음 알려진 데 대해 국정원 음모론이 제기되자, 국정원의 한 간부는 이렇게 푸념했다. 야당 의원들은 당시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국정원이 물타기 한 거 아니냐" "박근혜 정부 들어 중요 국면마다 국정원이 이슈를 터뜨린다. 이런 잘못된 정치적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만일 오는 17일 김정일 2주기 추도식에 장성택이 참석하면 국정원은 톡톡하게 망신당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8일 장성택을 당(黨) 회의장에서 끌어내는 사진을 공개하자 이런 음모론들은 쏙 들어갔다. 사실 국정원이 지난 3일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공개한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타이밍을 잡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본지를 포함한 국내외 일부 언론이 2일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고, 국정원은 더 이상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장성택이 12일 처형된 후 북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정원의 대북(對北) 업무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지만, 국정원이 이번에 쓸데없는 오해까지 받게 된 것은 스스로 초래한 업보(業報) 때문이다.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던들, 작년 대선 때 일부 직원들이 의심을 살 만한 댓글을 달지 않았던들 누가 국정원을 해코지하려 들겠는가.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일은 우리와 상관없고 회의록은 진실 규명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해왔다. 댓글이야 진상을 가려 책임자를 엄벌하면 될 일이지만, 회의록 공개는 아무래도 부적절했다. 음지(陰地)에서 일해야 할 정보기관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까지 감수해서 얻은 성과가 과연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여부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친노(親盧) 세력은 오히려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국정원이 정말 미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팔다리를 부러뜨려놓겠다는 심정이라면 곤란하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對共)수사권 폐지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2005년 12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수사권 폐지 문제는 참여정부가 대북관계에서 너무 무장해제 했다는 비판 소지가 있으므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또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IO(정보관)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는 "국내 정보 파트를 없애면 대북, 마약, 국제 범죄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융합 시대에 국내 정보와 국외 정보가 따로따로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2000년대 이후 정보기관들을 통합해 나가는 추세다.

    관건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이다. 국정원은 모든 직원이 정치 개입 금지 서약서를 쓰고, 부당한 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제와 준법통제처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장식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정권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첨병으로만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남 원장이 국정원을 바로 세우겠다는 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한반도 정세가 급박한 마당에 야당도 국정원의 발목을 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