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赤字에 유럽 시장서 발 빼는 美 자동차 회사 GM
고비용·강성 노조 탓에 '韓國 철수설'도 파다해…
지금처럼 파업하며 달콤한 혜택만 좇다간 현대·기아차도 나갈 것
- 김기천 논설위원
그러나 GM은 최근 쉐보레 자동차를 유럽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 2016년에는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쉐보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해 적자(赤字)만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맨유와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쉐보레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던 GM의 경영 방침이 1년 반 만에 180도 달라졌다.
GM은 2017년부터 호주 자회사인 홀덴의 자동차 생산도 중단하기로 했다. 홀덴은 호주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근로자 임금이 76%나 뛰어오르고, 호주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홀덴은 경쟁력을 잃고 경영난에 빠져들었다. GM은 홀덴의 수익성 회복 방안을 찾기보다 아예 회사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적자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GM의 잇단 강수(强手)는 국내에도 파장(波長)을 미치고 있다. GM이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 자동차의 90%는 한국GM이 만든다. GM의 쉐보레 철수 결정으로 한국GM은 유럽에 수출했던 18만여대의 생산을 줄여야 한다. 홀덴의 생산 물량이 한국GM으로 넘어오더라도 유럽 수출 물량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일감이 조금 줄어드는 데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앞으로 한국GM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GM의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GM의 아시아 지역 사업장에서 중국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과는 달리 한국 비중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얼마 전 방한(訪韓)한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임금이 비싸다"며 "르노삼성이 세계 다른 공장들과 물량을 놓고 경쟁하려면 비용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르노삼성 역시 앞으로 생산 물량을 중국에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더 혹독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성·효율·비용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민감해졌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강성 노조에 대한 이들의 문제 제기가 그냥 엄포로 들리지 않는다.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금융위기 이후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신규 채용 근로자의 임금을 기존 근로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합의하는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양보를 했다. GM이 금융위기 때 폐쇄했던 공장을 재가동시키며 회생한 데는 이런 노조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노조에 달려 있다. 자동차 노조가 지금대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며 두둑한 월급봉투와 복지 혜택의 '단물'을 빨아내려 하다가는 외국 회사들이 한국에서 손 털고 나가는 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노조 리스크(risk)를 피해 밖으로 더 나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면 노조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 노조의 장래를 위해서도 자동차 노조는 이제 그들만의 '잔치'를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