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을 기도해 숨진 민원인 서모씨가 공무원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찬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공직자의 이름이 실명으로 공개돼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위 사진은 서씨의 유서 12장 가운데 2장 전문이다.ⓒ News1 서순규 기자
수년간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전남 순천시청에서 분신한 뒤 숨진 서모(43)씨의 유서가 공개되며 공직사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순천시와 유족들에 따르면 서씨의 유서는 총 12장으로 가족에게 1장, 공무원들에게 6장, 지인과 순천시의원에게 5장의 유서를 남겼다.
'공무원이 맘 먹으면 안되는 것 없고, 될 것도 안된다는 말! 뼈저리게 느끼고 갑니다'라는 글로 시작한 유서에는 민원과 직간접 관련이 있는 공직자들을 직접 겨냥했다.
서씨는 우선 조충훈 시장에게 '시장님의 선정을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저처럼 억울한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며 억울한 심정을 유서에 남겼다.
자신이 민원을 제기하며 만났던 고위 공무원들의 경우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참기 힘든 인격적인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A국장을 향해 "OOO국장님! 제 부친께서 지난 4월 국장님을 뵈러 11번 찾아갔습니다. 단 한번도 못 뵙고 왔습니다. 제 부친께서… 시장님 뵙기 보다 더 어렵더군요. 왕지동 용도변경건 잘 아시죠? OOO과 직원들이 처음에 불가(불허가)했다가 나중에 소매점을 음식점으로 변경해 주셨죠. 술이 넘어 가시던가요? 그거 술이 아니라 시민의 피눈물입니다"라고 적었다.
B과장에게는 "OOO과장님! 저것들은 절대 해줄 수 없다. 저것들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시민은 버르장머리를 고칠 저것들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도와주고 보듬어 안아주어야 하는, 즉 함께 나아가야 할 대상입니다. 제 부친도 연세가 70입니다. 저는 괜찮지만 제 부친께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을 만큼 나쁜 분 아닙니다. 시민들에게 (무례한)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라고 남겼다.
C과장에게는 "OOO과장님!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남자고, 진정한 공무원입니다. 도움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무례하게 굴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라고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씨는 "순천시 공무원님들! 공무원이 맘(마음) 먹으면 안 되는 것 없고, 될 것도 안 된다는 말 뼈저리게 느끼고 갑니다"라는 말로 순천시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표시했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서씨의 유서에 대해 "일부 이해는 가지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실명이 공개된 일부 공직자들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순천시 감사와 경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결과를 두고 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순천시와 순천경찰은 서씨의 유서와 민원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감사와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조충훈 시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단행할 방침이다.
서씨는 지난 20일 순천시청에서 분신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숨졌다. 그는 2008년부터 주유소, 가스충전소 등을 운영하기 위해 허가를 요구하며 민원과 소송을 제기했으나 불허 또는 기각됐다.
순천시는 23일 서씨의 유서를 토대로 시청 인허가 관련 부서 전반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실시했고 유서에 등장한 관련 국장과 과장을 대기발령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