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정변’ 주역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빈소에는…
기사입력 2014-01-04 08:14:00 기사수정 2014-01-04 08:14:00

빈소는 입구부터 줄지어 서있는 국화꽃들이 애도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제5기생회'라고 적혀 있는 화환이 유독 눈에 띄었다.
고인은 1948년 육사 5기로 임관했다. 이후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당시 6관구 참모장으로 박정희 당시 소장을 도와 쿠데타를 주도했다.
1960년 4·19 때 6관구 참모장으로 지냈던 고인은 명령 불복종으로 투옥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경무대로부터 군인들에게 실탄을 지급해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고인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셋째 아들 용호(50·연세대 교수)씨는 아버지를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어붙이시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용호씨는 당시 실탄 지급 명령을 거부했던 상황도 자세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아버지는 탄약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듣고 당시 사령관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며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절대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명령을 거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1961년 고인은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당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했던 6관구 참모장실에서 고인은 5·16 주도 세력들과 함께 15일 밤 쿠데타를 위한 대책회의를 세우고 행동에 착수했다.
그날 밤의 일을 자세히 알고 있는 용호씨는 "15일 밤 주도 세력들이 모여든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가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참모장이신 아버지가 '참모장인 나도 못 들어가냐'는 말에 모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참모장실이 모든 명령을 하달하던 연락 본부가 됐다"고 고인이 5·16 쿠데타를 진두지휘하던 상황을 설명했다.
고인은 5·16 직후 2인자로 군림했던 김종필 중정부장과 맞설 정도로 강한 세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김종필 부장은 군정 연장을, 고인은 민정 이양을 주장하면서 둘은 강하게 대립했다.
이날 아침부터 빈소를 지키고 있던 이연헌(55)씨는 "고인과 지난 35년간 인연을 맺어왔다"면서 "당시 고인과 김종필 부장이 대립했던 상황을 고인이 직접 이야기해 주셨다"고 말했다.
고인이 최근까지 이사장직을 맡았던 '5·16민족상'의 사무처장이기도 한 이씨는 "고인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어지러운 정세를 바로 잡고 참신한 정치인에게 물려주는 것이었다"며 "쿠데타 후에는 군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셨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김종필 부장의 주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고민하고 있었지만 고인은 민정 이양을 끝까지 주장하셨다"고 덧붙였다.
김종필 부장이 1963년 중정부장 자리를 떠나게 한 핵심 인물도 고인이었다. 이어 고인은 같은 해 2월 3대 중앙정보부장에 임명됐으나 계속되는 육사8기 출신들과의 갈등 때문에 김형욱 부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1965년에는 한일협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아들 용호씨는 "수갑을 차고 투옥 됐던 당시 아버지께서 겪은 일"이라면서 "식판을 주는데 당시 그 식판이 하도 더러워서 아버지는 변기인줄 아셨다고 한다"고 고인과의 대화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후 고인은 무임소장관, 자민당 최고위원 등을 거쳐 8·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최근까지는 재단법인 '5·16 민족상' 이사장을 역임했다.
쿠데타부터 권력 다툼, 투옥까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인생을 고인은 뚝심 하나로 살아왔다.
고인의 큰며느리 김명숙(63·여)씨는 "옳다고 생각하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시던 분"이라며 "항상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똘똘 뭉친 강직함이 느껴졌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중매를 서 결혼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오전부터 빈소에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장세동 전 안기부장,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등이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의 장지는 대전 현충원 장군묘역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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