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신(新)햇볕정책을 선언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김 대표는 “북한의 핵 개발은 이미 현실이 돼 있다”며 “이제 새로운 사고와 대책, 국민통합적 대북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회견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로 느닷없이 맞게 되는 흡수통일은 오히려 재앙”이라며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만이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햇볕정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햇볕정책은 민주당에선 성역이다. 그런 햇볕정책의 수정이나 보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회견 후 문답에서 김 대표는 “당시엔 북이 핵을 갖췄다는 것이 전제되지 않았다.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가 있는 대목”이라며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근본 목표인 북한의 변화와 이를 위한 화해·협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던 박지원 의원은 “모든 정책이 영원불변은 아니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하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는가. 김 대표 기자회견의 내용을 파악한 뒤 판단하겠다”고 했다.
둘째로 ‘북한 인권민생법’을 거론했다. 그간 민주당에서 나온 ‘북한민생인권법’ 표현과는 달리 ‘인권’과 ‘민생’의 순서를 바꿔 인권을 앞으로 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시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놓은 만큼 당의 안을 만든 뒤 새누리당과 의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북한 인권 문제에 전향적으로 접근해 6·4 지방선거에선 종북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만든 북한민생인권법안 등엔 ‘북한 인권’이 들어가 있지만 내용에선 대북 식량·의약품 지원을 맡을 기구를 통일부에 설치하고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 단체를 돕는 사실상의 ‘북한지원법’이었다. 반면 새누리당이 마련한 법안은 북한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게 골자다.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 인권 전반을 점검하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도록 했다. 인권 침해 사례는 국제기구의 북한 제재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엔 김 대표가 ‘북한인권민생법’으로 제안하며 결국 민주당의 방향은 ‘인권 감시+대북 지원’의 형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참전용사 예우에 관한 법안인, 이른바 ‘애국자법’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견에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하겠다”며 “상향식 공천과 개혁 공천으로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당내외 최적·최강의 인물을 내세워 승리하겠다”고 했다. 다만 “양측(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경쟁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다른 분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야권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호남 광역단체장 후보로 새 인물을 당 바깥에서 찾아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물갈이’로 안철수 신당 바람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글=채병건·하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