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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작전 전날, 추어탕 대신 닭국 왜

화이트보스 2014. 1. 20. 16:53

아덴만 작전 전날, 추어탕 대신 닭국 왜

[중앙일보] 입력 2014.01.20 00:31 / 수정 2014.01.20 01:53

해적 소탕 그후 3년 … 당시 작전 지휘 황기철 해참총장에게 듣는다
"미끄러질까 봐 발톱 강한 닭으로"
선박호송비 5600억원 절약한 셈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6일 청해부대 15진으로 활약할 강감찬함 함미 갑판에서 헬기를 배경으로 아덴만 여명작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16일 오전 10시30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 한국 상선 보호 임무를 띠고 아덴만으로 향하는 강감찬함(KDXⅡ- 4400t급)에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해군 대장)을 만났다.

 2011년 1월 21일 청해부대를 이끌고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됐던 삼호 주얼리호(선장 석해균)를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으로 작전을 원격지휘했던 그다. 지난해 10월 해군참모총장이 된 그는 2009년 3월 창설 이후 15번째 파병에 나선 청해부대를 환송하고 있었다.

 - 곧 아덴만 여명작전 3주년이다.

 “일주일 동안 잠을 설치며 작전을 펼친 곳에서 장병을 환송하니 어제 일 같다.”

 - 우리 측 피해 없이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한 완벽한 작전이었는데.

 “승리하는 군대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떨어져 있던 해군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였다.”

 - 작전은 어떻게 준비했나.

 “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간절히 원하면 꿈에서라도 얘기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상작전 경험이 없는 소위에서부터 베테랑 제독들까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모았다. 특수전 장병들이 이동할 보트를 내리는 방향, 속도, 선박에 오르는 장소와 시간, 삼호 주얼리호 내부에서의 작전 등 모든 것을 분·초 단위로 연습했다. 18일 한 차례 실패했지만 김관진 장관과 한민구(당시) 합참의장이 믿고 맡겨줬다.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했다.”

 당시 해군은 부산 인근에 삼호 주얼리호와 내부구조가 비슷한 선박을 구해 승선하며 작전을 실시하는 훈련을 했다. 이를 통해 이동시간과 작전 매뉴얼을 만들어 현지(최영함)에 전달했다. 작전은 시나리오대로 이뤄졌다.

 - 우리 선원들의 피해가 전혀 없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였다. 해적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통신을 통해 ‘공격이 시작되면 엎드리라’는 무전을 했다. 탄알이 여러 방향으로 튀어 선원들이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적들이 무슨 말이었느냐고 물으면 ‘식량이 있는지, 어떻게 전달하면 되는지 상의했다’고 말하라고 했다.”

 - 당시 공개되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나.

 “작전 전날 부대 주방장이 힘내라고 추어탕을 끓였다. 그걸 먹으면 특전요원들이 선박에 올라가다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 식당 메뉴는 뭐냐고 했더니 닭국이라고 해서 그걸 가져오라고 했다. 닭은 한 번 발톱으로 잡으면 놓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작전에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했다.”

 보통 선박 1회 호송에 최소 10만 달러의 경비용역비를 지불한다. 청해부대는 그간 우리 선박 5280척을 호송했다. 5억2800만 달러(약 5600억원)를 절약한 셈이다. 그러나 황 총장은 “경제전사들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이라며 “청해부대는 국가 경제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현재 강감찬함급 함정을 6척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척이 청해부대에 묶여 있다.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청해부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 총장은 “전 세계 물동량의 10%를 우리 선박들이 실어 나른다”며 “청해부대는 안보도 지키고 경제전사들도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정용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