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28 03:05
['싱겁게 먹기 운동' 서울대 의대 김성권 교수 퇴임]
신장병·투석 권위… 논문만 500편
대학병원 40년 접고 동네의원 개업… 대학과 동네병원 유기적 시스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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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교수는 "대학병원과 동네 의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만성질환을 밀착 관리하는 의료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의사가 된 1974년에는 대부분 결핵이나 설사병, 감염 질환, 위궤양 환자였어요. 지금은 암, 심장병, 치매, 당뇨병, 고혈압, 콩팥병 같은 만성질환이 대부분입니다. 질병 발생 패턴과 그에 따른 의료 서비스가 완전히 바뀌었지요. 그래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바로 환자들의 증상입니다. 그들은 통증을 호소하고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옵니다. 의학과 의술이 어떻게 변하든 의사인 여러분은 계속 환자들을 감성으로 보듬고 이성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싱겁게 먹기 운동'의 대부로 활동한 김 교수는 28일 서울대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맞는다. 그는 신장병과 투석 연구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쓴 논문이 500여 편이다. 2년 전부터는 '싱겁게 먹기 실천 연구회'를 만들어 전국 밥상에서 소금기를 빼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
통상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년 후에 다른 대학으로 옮겨 하던 진료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는 서울 혜화동에 '동네 의원'을 연다. 의료계에서는 서울대 의대 정년퇴임 교수가 바로 동네 의원을 연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클리닉 이름은 K내과다. 그가 평생 연구한 신장의 영어 '키드니(Kidney)'에서 'K'를 따왔다. 개원도 3월 15일 '세계 콩팥의 날'에 한다.
"대학병원에 있으면 신장병 상태가 복잡하거나 말기 환자만 보게 돼요. 그런 환자는 국민의 0.1%입니다. 그렇지만 당뇨병·고혈압 등으로 인한 만성 콩팥병 환자가 국민의 13.8%나 됩니다. 내가 지금까지 본 환자 유형은 빙산의 일각인 거죠. 이제 만성 콩팥병 환자들과 두런두런 대화하면서 왜 우리나라에 콩팥병이 급격히 늘고, 어떻게 하면 낮출지를 현장에서 알아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나트륨 적게 먹기 같은 생활 속 질병 예방 방안도 만들고요." 전문 학술 연구에서 생활 의학 탐구로의 전환인 셈이다. K내과도 싱겁게 먹기 실천 연구회 사무실 빌딩에 함께 들어선다. 그는 2년째 매일 두 번 자신의 소변 염도를 측정, 그 변화가 식사 메뉴와 일상 활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 교수가 진료한 신장투석 누적 환자는 1만명 정도다. 현재 전국에는 약 6만명의 신장투석 환자가 있다. 이와 관련해 그에게는 또 다른 포부가 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말기 신부전 환자가 투석 한번 받으려면 당시 돈으로 100만원을 내야 했죠. 의료가 아니라 돈이 문제였어요. 지금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1만~2만원 정도만 내요. 이제는 돈이 아니라 투석 관리의 질이 문제인 거죠." 그는 신장 투석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어떻게 해야 신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