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한국계 건설사 등 7곳 지분 소유 검찰, 재산 도피 가능성·영주권 취득 적법성 등 수사 방침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
400억원대 벌금·세금을 내지 않고 출국한 뒤 카지노에서 도박 게임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허재호(72·사진) 전 대주그룹 회장이 현지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는 건설업체 등 7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채 버젓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6일 뉴질랜드 정부의 비즈니스혁신고용부 누리집(business.govt.nz/companies)에서 확인해 보니, 허 전 회장이 자신의 이름(Jae Ho HUH)이나 뉴질랜드 이름(Scott HUH)으로 한국계 건설회사 7곳의 지분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케이엔시(KNC)건설’은 대주그룹의 후신임을 내세우는데, 이 회사 지분 46%의 소유자는 ‘허재호’라고 돼 있다. 이 회사는 누리집에서 ‘대주그룹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클랜드 최고층 빌딩인 67층 건물 건설 기획, 고층 아파트 건설 등을 했다’며 실적을 홍보하고 있다. 케이엔시건설의 자회사로 보이는 업체 3곳도 허 전 회장 이름이나 그로 추정되는 이름의 지분이 46~85%에 이른다. 현재 오클랜드시에선 옛 대주건설의 국내 아파트 브랜드인 피오레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분양이 두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현지 동포가 전했다.
이에 대해 대주그룹 계열사 이사는 “허 전 회장이 벌금과 세금 체납액이라도 마련해 보려고 뉴질랜드에서 조그만한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 측근은 “뉴질랜드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회장님이 케이엔시 오너인지 단순 임원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0년 10월 대주건설 부도 직전 거액의 자금이 뉴질랜드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수사할 방침이다. 2007~2008년 옛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에서 대주건설로 흘러간 자금은 대위변제액을 포함해 2750억원에 이른다. 허 전 회장이 오클랜드시 ㅅ카지노 브이아이피(VIP)룸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한겨레> 3월6일치 9면)이 보도되자,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벌금, 세금을 못 내는 사람이 카지노를 들락날락한다는 게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느냐. 뉴질랜드 체류(영주권 취득) 과정의 적법성, 국외로 재산을 빼돌렸는지 여부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2010년 1월 항소심 선고 직후 출국해 벌금 249억원, 국세 136억원, 지방세 26억원 등을 내지 않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관련영상] 세금·벌금 400억 안 내고 해외서 카지노 즐기는 허재호 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