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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에 호남선은 없다

화이트보스 2014. 3. 10. 10:07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에 호남선은 없다

박재일 기자  |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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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9  18: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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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결 '목포~나진축' '부산~신의주축' 불구
2010년 국가기간 교통망 계획서 '호남축' 누락
광주·전남 무관심…북방물류시대서 소외될 우려
“부산과 함께 목포도 물류 시발점에 포함돼야”



   
▲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철로로 연결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잇는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 추진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목포에서 출발하는 호남선은 당초 국가교통망 계획에서도 빠져 북방물류시대 도래를 앞두고 국토 서부권 소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유라시아 횡단철도 구성과 당초 정부가 마련한 한반도 철도망구축 계획도.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철도(TSR, 9천297Km)와 한반도종단철도(TKR, 1천295km)를 연결해 부산에서 유럽 대륙까지 기차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 구상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남 목포에서 출발하는 호남축은 정부나 정치권, 민간차원의 논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돼 호남을 비롯한 국토의 서남권이 향후 북방물류시대에 소외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추진 예정인 국가철도망 장기계획에 기존 'X자형' 한반도 철도망과 유라시아대륙 철도망을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고 있다.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와 관련 호남축이 국가철도망 계획에 왜 반영되야 하는지,현재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란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는 부산을 출발해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을 거쳐 유럽까지 도달하는‘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전력망·가스관·송유관 등의 공동개발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물류, 교통, 에너지 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안이다.

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주축이 돼 1960년대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화물선과 화물기 운항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여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오고가는 화물의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계획 초기부터 국가 간 이견 등 반대여론과 냉전으로 답보상태에 있다가 1990년대 들어 냉전이 종식되고 관련 당사국 간 외교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 정부의 관심과 추진

국내에서의 추진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활발해졌다.

지난해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꿈을 꿔 왔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해 10월 1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구상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거듭 확인한 것이다.



◇ 경제적 효과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수송 잠재력이 갖는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8년 동유럽~아시아철도위원회(OSID)와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가 추진한 프로젝트에서 2천500t의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 열차가 러시아동쪽 끝 나옷카에서 서쪽 끝 브레스트(벨라루스)까지 1만500km 이상 되는 거리를 18일 21시간 만에 주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해운수송 보다 15일 이상 앞당긴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천km를 배로가면 27일 걸리지만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10일이면 충분하다”면서“컨테이너 운임도 대당 평균 980 달러로 2천200달러의 선박보다 저렴하다”고 밝혔다.



◇ 활발한 정·재계 움직임

향후 경제적 기대치를 반영하듯 일부 정치권과 경제계 등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국회 의원 22명으로 꾸려진 유라시아철도 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28일 국회에서 출범식에 이어 지난달 21일 오후 2시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정책세미나를 열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유라시아철도 추진을 위한 민간협력 발기인대회가 열려 민간차원의 움직임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심재철 유라시아철도 추진위원장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강영선 여의도연구원을 비롯해 발기인과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해 정치권과 경제계가 보폭을 같이했다.

이들은“유라시아철도는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속한 유라시아 지역 철도를 연결해 북방물류시대를 열어 국가 간 평화구축과 교류협력을 통해 번영을 추구하고 나아가 한반도 철도의 국제복합수송망을 구축해 남북 간 평화협력 체계 강화와 통일을 열기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의 정치적 뿌리인 민주당이나 지역 경제계 등의 움직임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 호남축없는 국가철도망 계획

기존 남북한을 연결하는 철도는 서울, 평양을 지나는 '부산~신의주축(경부·경의선)'과 서울, 원산을 지나는 '목포~나진축(호남·경부·경원선)'의 'X자형' 양대 축이 구축돼 있다.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이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06~2015)’ 등 국가계획에도 'X자형' 한반도 철도망과 유라시아 대륙철도망을 연결하는 방안이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제2차 국가기간 교통망계획(2001~2020)부터 부산~ 중국~러시아~유럽대륙 연결 철도망으로 변경되면서 호남축(목포~나진) 계획은 완전히 누락됐다.

이후 유라시아대륙 철도연결은 '부산~나진축'의 동해선 연결을 염두 해 둔 '부산~신의주축'만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 호남권의 소외 가속화(?)

유라시아대륙 연결철도 가운데 북한을 경유하는 노선은 3곳.

문산,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건넌 뒤 중국의 단둥으로 이어지는 노선과 평양을 거쳐 강계와 만포를 지나 중국 지안으로 연결되는 노선, 원산과 함흥 성진, 청진, 나진으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이 가운데 2곳은 군사적인 요충지나 북한이 꺼려한 곳이어서 북한의 동해선을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함정이 있다.

먼저 동해선 속초~제진 구간이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은데다 현재의 구상안이 확정되면 서울·경기·충청·호남 등 국토서부권의 물류수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방향으로의 연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통일에 대비하고 몽골(TMGR), 중국(TCR), 러시아(TSR)와 연결되는 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의선, 경원선 등이 유리하기 때문에 호남축 연계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호남축은 6·25 전쟁으로 끊긴 경원선(용산~원산, 223.7Km) 31Km 구간만 연결하면 통행이 가능하다.

물론 부산에서 출발하는 동해선 축이 제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강원도 삼척에서 동해, 강릉, 속초, 제진까지를 연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 광주시의 움직임

지난 2월 11일 오후 강운태 광주시장은 KTX 호남고속철도 건설 현장과 광주차량기지, 하남 화물취급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유라시아대륙 횡단철도 추진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강 시장은 이 자리에서“2017년 완전 개통되는 호남선이 부산과 함께 대륙연결 철도의 양대 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물류 시발점이 부산으로 국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같은 달 24일 건교부에 현재 구상 중인 유라시아 철도망 계획에 호남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전달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시는 올해 상반기 착수할 예정인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대륙연결 철도망 계획에 반드시 목포를 시발점으로 하는 'X자형' 호남축도 당초계획대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차영규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본격화가 앞으로 10년, 15년 걸린다고 볼 때 지금부터 유라시아 횡단철도와의 첫 단추를 잘 끼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서남권 물류가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2017년 완전 개통되는 호남선이 부산과 함께 대륙연결의 양대 축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호남선의 기착지인 목포를 행정구역에 두고 있는 전남도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다소 엉뚱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중간 경유지에 불과한 광주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와관련 광주·전남 양 시·도는 오는 21일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유라시아 횡단철도 호남축 연계방안 시민공청회를 열어 호남선의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방침이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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