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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誤診)과 의료사고

화이트보스 2014. 3. 12. 11:50

오진(誤診)과 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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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1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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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전직 장관은 췌장 절반이 없다. 그는 몇년 전 서울 이름난 대학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누웠다. 췌장은 복부 뒤 깊숙이 있어 수술이 까다롭다. 물렁물렁한 조직이라 살짝 건드려도 피가 잘 난다. 살을 녹이는 효소들이 많아 췌장 뗀 자리는 잘 아물지도 않는다. 목숨 걸고 췌장 40%를 잘랐지만 '꽝'이었다. 암인지 혹인지 헷갈리다 암으로 오진한 것이다. 그는 "명색이 장관 출신인데도 이럴진대…"라며 혀를 찬다.

    ▶수년 전 지방 대학병원에서 황당한 의료사고가 났다. 차트가 바뀌면서 위암 환자는 갑상선을 잘라냈고 갑상선 환자는 위를 절제했다. 60대 초반 두 여성은 같은 날 입원했고 수술 시각도 비슷했다. 병실부터 수술대 누울 때까지 주치의, 병동 간호사, 수술실 인계 간호사, 마취과 의사, 집도의까지 의료진 모두 신원 확인을 놓쳤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만물상] 오진(誤診)과 의료사고
    ▶검사나 치료하기 앞서 "홍길동씨 맞지요?"식으로 의료진이 환자 이름을 먼저 불러선 안 된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야 한다. 환자 이름이 '박영준'이라고 치자. 의료진이 "박영준씨!"라고 하면 진짜 박영준은 물론 방영준도, 박영중도, 박형준도, 방형준도 모두 "네"라고 답하게 된다. '박영준' 순서에 우연히 '방영준'이 왔다면 영락없이 사고가 난다.

    ▶왼쪽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마취에서 깨보니 오른쪽 무릎에 붕대가 감겨 있는 황당한 경우도 생긴다. 수술실에서는 감염을 줄이려고 수술 부위만 밖으로 드러나게 하고 나머지는 수술포로 덮는다. 무릎과 발, 손은 양쪽 모양이 똑같아서 좌우를 헷갈리면 반대쪽 부위에 수술 준비를 할 수가 있다. 특히 환자가 진찰은 누워서 받았는데 수술은 엎드려서 받을 때 좌우가 바뀌기 쉽다. 그래서 요즘엔 수술 전에 메스 댈 부위에 미리 사인펜으로 표시를 해둔다.

    ▶암을 지닌 병사가 군의관 실수로 7개월간 방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군병원 검진에서 양쪽 폐 사이에 악성 림프종이 발견됐는데 군의관이 엑스레이 판독지를 안 봤다고 한다. 병사는 부대에 돌아가 숨이 차다고 호소했는데도 의무대 군의관도 감기 처방만 냈다. 아무도 판독지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암 덩어리가 두 배 가까이 커져서야 병이 발견됐다. 의료사고는 대개 네댓 개 오류가 우연히 차례로 일어나 발생한다. 조사해보면 한 번의 오류가 나기 전 스무 번쯤 잘못됐을 뻔할 일이 일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사고는 '누군가 제대로 했겠지'와 '설마'가 만나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