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시진핑, 日역사를 치다
조선일보 베이징 입력 2014.03.31 03:02
일본 외무성은 30일 주일(駐日) 중국 공사를 불러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희생자 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며 "중국 지도자가 제3국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비생산적인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독일 DPA통신은 "일본이 고위급 대표단을 유럽에 보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중·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중국 침략 전쟁으로 중국 군·민 3500만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극(慘劇)이 벌어졌다"며 "중국 인민은 이런 참극의 역사를 뼈에 새길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에서 중국 국방 예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열강의 함선과 대포 아래 노예가 됐던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은 스스로 방어할 국방력을 필수적으로 갖출 것"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이 독일을 '대일(對日) 공격'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독일처럼 과거사를 반성하라'는 메시지를 일본에 던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차 대전 전범(戰犯)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시 주석이 이날 강연에서 브란트 전 총리의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영혼에 병이 든다'는 발언을 인용한 것도 일본의 역사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시 주석은 또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중국 인민이 존경하는 독일인 친구가 생각난다"며 "(독일인) 욘 라베는 난징에서 다른 외국인 10여명과 함께 20여만명의 중국인이 머물 수 있는 '안전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라베는 일기장에 대학살 내막을 상세히 적었고, 이는 당시 역사의 중요한 증거가 됐다"고 밝혔다. '중국판 쉰들러'로 불리는 라베를 등장시켜, 대일 비판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시 주석이 직접 '역사 전쟁'에 뛰어든 것은 아베 총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국이 대일 비난에 나설수록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인민은 시진핑 지도부를 지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독일의 역사에 대한 접근 방식이 중국과 일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데 이용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은 시 주석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관 참배를 거절하는 등 중·일의 역사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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