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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갈등 폭발한 새정치민주연합

화이트보스 2014. 4. 4. 14:03

결국 갈등 폭발한 새정치민주연합

  • 정녹용
    프리미엄뉴스부
    E-mail : jny@chosun.com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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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4.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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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안철수, 허접한 결단 될 수 있다"
    안철수 "민주당 지지율 10%에 불과하지 않았나"

    예견된 갈등이 폭발했다.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내 강경파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무공천 반대 목소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리자 당 지도부는 “이제와서 왜 딴소리냐”며 맞서고 있다. 양측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거칠어지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전면대결 분위기다.

    기초 무공천, 불만 폭발한 강경파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창당 이후 비교적 자제하던 강경파는 무공천 문제에 대해 본격 문제제기에 나섰다. 여러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3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정봉주의 전국구’에 출연해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한길·안철수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신 최고위원은 “무공천은 여당과 함께 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 홀로 무공천을 하는 건 아니다”며 “무공천 약속은 여당이 깨고 청와대가 침묵함으로서 이미 깨진 거다. 지킬 수도 없고 지킬 필요도 없어진 약속이 된 것”이라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특히 “안철수 대표는 무공천을 대표 브랜드로 삼고 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 정치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없다”며 “(이번 6·4 지방선거가) 2012년 12월19일의 반복이 된다면 그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허접한 결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미 6월4일은 (대선에 패배한) 2012년 12월19일에 이어 또 하나의 ‘멘붕데이’가 될 걸로 본다”고 했다.

    친노 성향의 박범계 의원은 4일 라디오에 출연,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의원들이 탈당함으로써 지방선거 기초선거에서 궤멸적인 패배의 가능성이 예견이 된다”며 “심각하게 공론조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486세대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은 3일 성명을 내고 “기초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전당원 투표로 다시 의견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원투표 결과 기초공천을 하자는 의견이 다수일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공천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친노(親盧)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도 트위터에 ‘안철수가 바보 노무현의 길을 따른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현 시점에서 안철수가 가장 손해보는 바보같은 결정은 자신의 약속을 뒤집고 공천함으로써 자신은 죽고 당과 3000여명의 후보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기초선거 공천을 하라는 압박이다.

    “이념 다르면 나가서 따로 당 만들어라”

    한꺼번에 갑자기 기초선거 무공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한길 대표는 3일 심야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경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왜 이 시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느냐”고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세력과 갈등 관계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념이 다른 세력들은 더 이상 신당에 따라오면 안된다. 나가서 이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당을 만들라”고 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각각 후보를 냈더라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했을 것이다. 통합 전 민주당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와서 기초공천 폐지를 철회한다면 과연 광역선거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측 이계안 최고위원도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출발점이 이미 정해져 있고 지향점이 정해져 있다. 마치 당이 사분오열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양측의 갈등이 분출하고 있지만 문제는 해법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안철수 측과 민주당의 핵심 통합명분이었다. 지금와서 이를 철회하면 안철수·김한길 대표는 명분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무공천을 밀고 나가면 당내 반발은 더 확산될 게 뻔하다. 두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무공천 갈등에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세력다툼 성격이 담겨 있다. 안철수 대표 측 한 관계자는 “강경파의 공격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안철수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용이다. ‘우리가 이렇게 문제점을 경고했는데도 안 대표가 듣지 않았으니 선거패배의 책임을 져라’고 공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이후 당권 싸움을 염두에 두고 미리 ‘포석’을 깔아두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갈등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는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투쟁에 전력하고 있다. 무공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다. 안 대표가 4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미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공천 방침을 정했다. 안 대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안 대표에겐 이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길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가 통합후 본격적인 시련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