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 회장, 오대양 사건 관련 구속됐었다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드러나면서 27년 전 발생한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유씨는 오대양 사건과 관련해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은 1987년 8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오대양의 공예품 공장 식당에서 회사 대표 박순자(朴順子)와 가족·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관련자들이 모두 사망함에 따라 자살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
- 오대양 집단변사사건 현장
당시 수사 결과 오대양 대표이자 교주 박씨는 1984년 공예품 제조업체 오대양을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교(邪敎) 교주로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와 자녀들을 집단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린 뒤 원금을 갚지 않고 있던 중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 폭행하고 잠적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자세한 경위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1991년 7월 오대양 종교집단의 신도였던 김도현 등 6명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이 조금 풀렸다. 이들의 진술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경찰이 추정한 오대양 총무 노순호와 기숙사 가정부 황숙자, 육아원 보모 조재선 등 3명이 자살사건 전에 이미 계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오대양 직원들에게 살해당한 뒤 암매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 1991년 오대양 직원 3명의 살해사실을 폭로한 김도현, 이세윤, 오민철, 문윤중씨 등이 경찰에서 고개를 떨군채 앉아있다.
- (사진 왼쪽) 박찬종 위원이 1991년7월17일 기자회견에서 오대양사건의 배후에(주)세모가 관련되어있음을 주장하며 관련사진등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1997년 7월 세모 유병언 사장이 대전지검으로 출두하기 전 세모사옥 앞에서 기자들의 일문일답에 답하고 있다.
오대양사건은 잇단 타살 의혹 제기로 1987년, 1989년, 1991년 모두 3차례의 재수사가 이루어 졌으나, 모두 동일하게 집단자살로 결론 내려졌다. 유씨는 ‘구원파’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 권신찬 목사의 사위로 당시 오대양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오대양 측의 사채 수억원이 유씨에게 흘러들어 간 사실이 드러나 사기 혐의로 지난 1992년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4년으로 최종 확정됐다. 오대양사건을 소재로 한 하성란의 장편소설 ‘소설 A’가 나오기도 했다.
유씨는 기독교 주요 교단에서 이단 규정을 받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즉 구원파의 목사로 활동한 바 있다. 유씨는 ‘오대양 사건’ 연루 여부를 놓고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심재륜 변호사에 대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심 변호사가 이겼고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심 변호사는 2012년 1월 한 월간지에 ‘침례회가 유씨를 구원자로 내세워 (오대양) 신도들에게 헌금을 거둬왔다’, ‘오대양 변사자들은 유씨에게 바칠 헌금을 구하려 대출을 받았다가 빚에 쫓겨 자살했으며, 여기에 세모가 관련돼 있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