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02 03:00
[3] 中 전역 내수 살리기 물결
선양, 롯데타운 조성 위해 지방정부가 인민해방군 설득
관광객 매년 두자릿수 증가… 테마파크가 내수 진작 기폭제
한국은 2중 3중 규제 얽혀 '내수 살리기' 구호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에는 하얏트호텔과 샹그릴라호텔, 일본계 자본의 구광(久光)백화점과 양광(陽光)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올 5월 이곳에 백화점을 연 롯데그룹은 2017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대형마트·테마파크·호텔 등이 같이 들어서는 '롯데타운' 조성을 시작했다.
요즘 중국 전역에는 북부부터 남쪽 하이난(海南)성까지 지방 정부가 주도하는 내수 부흥 프로젝트가 만발(滿發)하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 위기 직후와 같은 중앙 정부 차원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없지만 지방 정부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내수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테마파크·호텔·공항… 개발 붐
20일 상하이 푸둥(浦東)국제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부지에 수십 개의 크레인이 보인다. 푸둥 촨사(川沙) 지역 2500만㎡ 부지에 245억위안(약 4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디즈니랜드다.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8배가 넘는 방대한 규모다.
리빈청(李彬誠) 상하이 관광국처장은 "내년 말 상하이디즈니랜드가 1차 개장하면 하루 4만명,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와 지역 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완다(萬達)그룹은 올 4월 초 장쑤성 우시(無錫)에 66억달러를 들여 2017년까지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짓기로 확정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허페이(合肥)·하얼빈·칭다오·난창·구이린(桂林) 등에 최고 놀이 시설을 갖춘 대규모 테마파크를 10곳 짓겠다"고 말했다.
하이난성에 운영 중인 골프장 면적만 뉴욕 맨해튼의 2배에 달한다. 같은 하이난성 내 600여개의 호텔 가운데 5성급(星級)이 200여개이고 6성급 이상은 50개다. 백인기 KOTRA 선양무역관장은 "중국 인구는 미국의 4배지만 세계 최상위 25개 테마파크 중 1개만 중국에 있다"며 "매년 두자릿수로 관광객이 늘고 있는 중국에서 테마파크들이 완공되면 내수 활성화에 엄청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軍 설득해 외국 기업 지원
각급 정부는 내수 부흥을 위해 규제 개혁을 넘어 규제 소멸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선양 롯데타운 건설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당초 '롯데타운' 부지는 군(軍) 호텔·아파트 26개동(棟)이 있는 인민해방군 소유지였다. 중국에서 군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전(移轉)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랴오닝성 정부가 1년 넘게 끈질긴 설득 끝에 시설 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겨냥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잇따른다. 올 4월 국무원의 중소기업 면세 확대 정책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연 매출 6만위안(약 980만원) 이하 기업에 대해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소득세의 절반을 감면해주기로 했는데, 감면 기간을 2016년으로 연장하고 대상도 매출액 6만위안 이상 중소기업으로 넓힌 것이다. 올 2월에는 유한회사 설립시 최소 3만위안, 주식회사 설립에는 500만위안의 납입 자본금을 정한 '창업 최소 납입 자본금' 요건도 삭제했다.
이는 내수 살리기를 외치기만 하는 한국과는 판이하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두 달이 훨씬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신사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하다"며 "말로만 '내수 부양'이 아니라 꽉 막힌 규제부터 확실하게 깨뜨려야 한국 경제에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