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발표된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공동성명엔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문구가 있다.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가장 중요한 문장에 북핵(北核)이란 말이 없다. 핵을 개발하지 않고 있는 한국을 끌고 들어가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이라고 했다.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핵개발도 반대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국제사회가 北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고 미국의 핵우산 보장 약속도 믿을 수 없게 되면 국가생존 차원에서 NPT를 탈퇴하고 자위적 핵무장을 선언할 권리가 있다.
核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적의 공격으로 국가가 망하지 않고 국민이 죽지 않으려면 마지막 수단으로 자위적 핵무장을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자연법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로 하여금 "우리가 北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면 한국이 핵개발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해야 우리의 외교에 힘이 붙는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압박할 때 "중국이 북핵 해결에 협조하지 않으면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할지 모른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 주석에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北核 해결 카드 하나를 바친 꼴이 되었다. 국제관계에서, 특히 공산국가에 대하여 무엇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장 下手의 외교이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은 닉슨 미국 부통령에게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나라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미국에도 유리하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닉슨은 그 뒤 공산권을 상대하면서 늘 이 충고를 염두에 두었다고 회고록에 썼다. 전쟁범죄의 전과가 있는 집단이 이미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거나 실전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그 피해 당사자가 가장 유효한(아마도 유일한) 대응책인 자위적 핵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은 국가 생존권의 포기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의 후견자와 손 잡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핵개발을 확고히 반대한다"고 선언한 꼴이다. 안보 카드를 포기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표현한 이런 외교문서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강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왜 피해자(한국)가 "앞으로 우리는 경비원을 두지 않겠다"고 약속하는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문장에 이어지는 문장도 문제가 많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란 말이 또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과 한 공동선언에선 '북한의 비핵화'라고 하더니 중국과 한 선언에선 '한반도 비핵화'라고 한다. 외교부에 물으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해명을 한다. 한국인의 국어실력을 조롱하는 말이다. 안보외교상 가장 중요한 단어를 상대에 따라 지조 없이 쓰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란 말을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北核 대응의 또 하나 유력한 카드를 버렸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자위적 핵개발, 미국 전술핵 재배치, MD(미사일 방어망) 건설 등이다. 1990년대 초 미국은 한국에 배치하였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가 핵개발을 하지 못한다면 철수한 미군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재배치한 전술핵에 대한 공동사용권도 가져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를 거부하면 핵개발을 하겠다고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적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뒤, 발사단추를 누르면 10분 안에 핵폭탄이 수도권 상공에서 터지는데, 우리는 대응 핵도, 미사일방어망도 없는 무장해제 상태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을 믿게 하는 유일한 대응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중국에 약속, 이 카드를 버렸다. '한반도 비핵화'에는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낸 용어이고, 중국 또한 그런 뜻으로 쓰는 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의한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핵개발 반대'와 '한반도 비핵화'에 이어지는 다음 대목도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반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며,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중국이 주도한 6자회담은 북핵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고 北이 핵무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주는 데는 성공했다. 북핵 저지를 위한 강제수단을 배제한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공동성명은 또 다시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운운했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하여 관련 당사국들이 6자회담 프로세스를 꾸준히 추진하며>라고 합의하기도 했다, 北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단계에서도 아직 한국 대통령이 이 절체절명의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하겠다고 北의 후견세력에 약속했다. 미국과 일본조차도 북핵 제거에 대한 한국의 국가적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피해 당사국이 이렇게 소극적인데 北의 핵무기로부터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는 나라들이 대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는가?
한국으로 시진핑을 초대하여 이뤄진 회담에서 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저자세로 일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 가관인 것은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이다. 시진핑이 北核 반대를 확고히 했다고 왜곡, 미화한다. 北核 北자도 안나오는 공동성명을 친중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국인의 오랜 對中사대주의 근성이 좌익득세와 맞물려 되살아나면서 자유와 번영의 생명줄인 韓美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는 공동성명이었다.
중국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문장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는가?
<중국측은 세계에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재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시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과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兩岸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지지하기로 하였다.>
궁금한 게 있다. 이렇게 많이 내어준 대가로 한국이 얻은 국익이 무엇인가?
중국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문장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는가?
<중국측은 세계에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재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시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과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兩岸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지지하기로 하였다.>
궁금한 게 있다. 이렇게 많이 내어준 대가로 한국이 얻은 국익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