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적극적인 통화정책 펼 때다
기사입력 2014-07-21 03:00:00 기사수정 2014-07-21 03:00:00

중견그룹의 어려움은 1997년 초반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4월 삼미, 7월 기아에 이어 쌍방울과 해태, 그리고 12월 한라까지 연속해서 넘어졌던 외환위기 직전을 연상하게 할 정도이다. 당시 내수 위주의 중견그룹 부실로 시작됐던 상황이 악화되며 결국 외환위기 이후에는 수출 주도 대기업까지 어려움에 처했는데, 지금도 중견그룹에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처럼 국제경쟁력을 지녀 경기 대응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던 대표기업들까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 저하가 진행 중인데, 핵심에는 불황형의 경상수지 흑자와 이로 인한 원화 강세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강세가 되는 것은 원래 수출 호조로 해당 국가의 경기상황이 좋을 때이다. 하지만 수출 호조보다는 불황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수입 수요가 늘지 않아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며 통화가 고평가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통화 강세’라고 한다. 그 결과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거나 수출이 부진해지며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까지 무너질 수 있는데, 우리 경제가 그 단계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최근 삼성전자 실적 부진을 단순히 개별 기업이나 제품 이슈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결국 해당 국가의 경제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환율조건이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통화 강세로 해외투자자금이 유입되며 금융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자금 유입은 위험한 버블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유로 강세와 함께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채 금융허브를 추진했던 아일랜드 사례이다. 유로 체제 내에서 아일랜드의 경제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유로는 지나친 해외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졌고 유입된 자금이 투자될 수 있는 생산적 투자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입 자금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집중되며 버블을 가져왔다.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자금 유입에 의한 금융자산 가격 상승은 새로운 버블로 진화할 수 있다. 특히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로 그 자금이 다른 높은 수익률을 찾아 떠나면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시작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대표기업까지 실적이 하락하는 최근 상황에서 또다시 정책 실기가 반복된다면 우리도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신임 경제팀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냄으로써 장기 침체가 구조화되지 않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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