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대선에서 이기는 길
최영훈 논설위원
입력 2014-08-08 03:00:00 수정 2014-08-08 03:00:00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예측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영선 야당이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는 작명을 하고 각계의 중도적 인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새롭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도 여야가 합의했다. 어쩌면 지금 새누리당은 정점에서 내려갈 일만 남았고, 바닥의 새정치연합은 올라갈 일만 남았는지 모른다.
흥미로운 대목은 박근혜 정부가 핑퐁을 하듯 여야가 5년을 주기로 정권을 교대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여야 모두 무리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막상 집권하고 보면 현실의 벽에 부닥쳐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다. 국민은 집권세력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인사 실패까지 겹치면 새 정부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된다.
반면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은 잠시 초라할 뿐 여전히 강력하다. 집권세력이 잘되면 다음 기회가 없기 때문에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런 야당에 여당이 2012년 선사한 절대반지다. 마음만 먹으면 나라를 위해 필요한 법안도 가로막을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후반기로 갈수록 악재가 많이 생긴다. 약한 여당과 강한 야당의 구도는 굳어지고, 집권세력의 정권 재창출은 힘들게 된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이 아무렇게나 막나가도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12년 총선과 지난 대선 패배 때 그랬던 것처럼 집단 망각증세를 보이면 유권자들의 심판이 기다릴 뿐이다. 현재의 야당은 선거에 패배하고도 2주쯤 지나면 그 기억을 잊어버렸다. 이런 폐습을 꼬집어 야당의 집단 기억력 시한은 2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는 결의로 쇄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11년 위기의 한나라당은 혁신적인 인물을 영입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경제민주화 의제도 끌어안고, 당명까지 바꿔 총선에서 승리했다. 벤치마킹할 수 있겠지만 그때와 달리 2016년 총선까지 남은 20개월이 길어 보인다. 그때까지 쇄신의 긴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한 야당 중진은 “과거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인적 쇄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여든 야든 “적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식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평소 침묵하고 있을 뿐 국민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여야 간 정책대결을 보고 싶어 한다. 7·30 재·보선에서 보았듯이 민심은 냉철하다. 여당은 야당이 될 수 있다는 겸허함으로, 야당은 여당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2017년과 2022년의 대권 향배도 결국 하늘이 정할 것이다. 민심이 천심(天心)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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