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06 03:01
[야당 재건 어떻게] [4] 김종인 前수석
-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고 黨內 민주주의도 실현 안돼… 전략공천 등 행태로 나타나
-DJ·노무현 왜 넘어서야 하나
국민들 과거 집착 지겨워 해… 대다수가 느끼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삶의 이슈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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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5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야당의 개혁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김 전 수석은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계파 정치, 친소 관계에 따른 전략 공천 행태를 보면 국민들은 '저 당이 과연 민주주의를 아는 당이냐'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을 과거 당명(黨名)인 '민주당'으로 불렀다. 김 전 수석은 "나는 '새정치'의 뜻이 뭔지 모르겠다"며 "새정치에 대한 정의도 없고 전략 공천 등의 행태는 오히려 옛 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전 수석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에 정책·공약 분과위원장으로 참여했었고, 지난 대선에는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17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새정치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 등 야당(野黨) 인사들과도 가깝다.
―야당이 2012년부터 선거에서 연패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이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난 대선도 '실패'라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 대선 7개월 전까지 대통령 후보도 없던 정당이 1460만표나 얻은 것은 '대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지켜야 할 룰(rule)을 안 지킨다. 이번에도 '새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새정치에 대한 정의도 없이 옛 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문제였나.
"제일 중요한 건 공천 문제다. 민주당의 공천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 훌륭한 사람을 모셔 오기 위한 전략 공천이 아니라 계파 이해관계를 위한 전략 공천이었다."
―선거 패배 원인을 두고 야당 내 계파 간 진단이 엇갈린다. 노선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노선 다툼을 그만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다.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다루지 않으면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그런 게 없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오늘 '삶의 정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맞게 가고 있는 거다. 민주당도 이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국민 대다수가 느끼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삶의 이슈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박영선 비대위원장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조언을 했나.
"전화로 의견을 묻길래 열심히 하라고 했다. 박 위원장이 매우 중요한 책무를 맡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그가 지켜야 하는 게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스스로를 위한) 어떤 것을 추구하면 안 된다. 당 쇄신에 전력하고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 '독배(毒杯)'를 마신다고 했던데, 박 위원장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하면 꼭 독배가 아니라 꿀물일 수도 있다."
―야당의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원래 반대를 위해 존재하는 거다. 명분이 있는 사안은 물러서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건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이도 저도 아닌 어물어물하는 모습이다. 이번 기초연금법의 경우도, 물론 대선 공약이니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야당이 한 약속은 아니었다. 기초연금법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끝까지 반대하면 누가 야당을 지지하겠나."
―청와대와 야당 관계는 어떻게 평가하나.
"야당이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그 덕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앞으로 뭘 할 것인지 지향이 분명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말은 있지만 '구체성'이 없어서 차차 민심이 떠나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야당이 워낙 엉망인 상황이다 보니 박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