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23일부터 개방하는 명승지 '화순적벽' |
찬란한 아름다움 단연 '전남 제1경' 옹성산 자락 둘러친 7㎞ 절벽 창랑천의 풍광 더해져 백미 숨어있던 태고의 비경 간직 망향정서 바라 본 절경 '으뜸' 주 3회 제한 개방 사전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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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 10.20.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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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프리랜서 | |
무등산이 높다더니 소나무가지 아래 있고(無等山高松下在)
적벽강이 깊다더니 모래 위에 흐르는 물이더라(赤壁江深沙上流)
팔도강산을 떠돌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1807∼1863)도 반해 방랑벽을 잠재운 곳.
적벽(赤壁)이다.
지난 17일 찾아가 본 화순적벽.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 우회도로를 따라 6㎞를 내달리니 광주 상수도사업본부 초소가 나온다. 화순적벽으로 가는 진입로다. 일반인 통제선을 넘어 구비구비 이어진 비포장 오르막 산길을 따라 달리기를 또 4㎞.
좌측으로 시야가 툭 트이더니 숨어있던 태고의 비경, 4개의 적벽 중에 가장 크고 멋있다는 노루목적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 웅장하게 솟아오른 붉은 기암괴석,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맑은빛의 창랑천, 푸르다 못해 시린 가을하늘과 색색이 물들어가는 단풍까지.
일품이다. 선경에 빠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경이다. 가히 '조선 10경, '전남 제 1경'답다.
'적벽동천(赤壁洞天)', 적벽은 신선의 세계라 칭한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적벽이라는 명칭은 조선조 중종때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 선생이 붙인 이름이다. 붉은색 기암괴석이 소동파가 노래한 중국 양자강의 황주 적벽에 버금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서 김인후 선생도 적벽에 반해 시를 남겼고, 제봉 고경명 선생도 무등산성을 둘러보고 쓴 '유서석록'에 적벽을 노래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수많은 풍류 시인들이 이곳에 머물며 화순적벽을 애창했다.
김삿갓의 방랑벽을 잠재우게 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적벽에 반한 그는 무려 13년을 화순에 머물며 수많은 시를 남겼고 동복면 구암에서 생을 마쳤다.
옹성산 자락을 둘러친 붉은 때깔의 절벽은 그 길이가 무려 7㎞에 이른다. 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 4개의 적벽이 있다.
높이가 최대 80m에 달한다는 적벽은 1980년 동복댐이 세워지면서 장항·보산·물염·창랑 등 15개 마을과 함께 수몰됐다. 절반 이상이 물 속에 잠겼지만 적벽의 위용은 대단했다.
노루목적벽은 마주 위치해 있는 보산적벽 위에 세워진 망향정과 망미정, 송석정에서 보면 더욱 감동이다.
실향민들을 위해 세워놓은 망향정은 노루목적벽과 마주해 있다. 정오가 지나 해가 적벽을 정면으로 비추면 절벽의 붉은 빛이 더욱 발해 가장 멋진 풍광을 이룬다.
노루목적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망미정도 적벽을 감상하기 좋은 곳. 눈 앞의 적벽이 마치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의 현판은 198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쓰기도 했다.
망향정, 망미정과 5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송석정도 노송과 동복호가 어울어져 적벽의 극치에 이른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 있는 곳이다.
김삿갓의 괴나리봇짐도 풀게 했다는 명승지 화순적벽이 출입을 금지한 지 30년만에 개방된다.
적벽은 1985년 동복댐 건설로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왔다. 실향민들에게만 간간히 개방되어 왔을 뿐이다.
그러나 봄이면 하얀 벚꽃이, 여름에는 푸른 상록수가, 가을의 끝 자락에는 단풍나무가 빚어내는 색색깔의 절경을 아쉬워한 주민들의 개방 요청이 이어져 왔었다.
지난 2010년 화순 군민들이 '적벽개방 주민서명 운동'까지 벌였지만 광주시는 식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해 왔었다.
그러던 광주시가 최근 화순군과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제한적 개방을 결정했다.
전용버스만을 이용해 주 3회 개방(하루 오전·오후 2차례), 하루 관람객 400명 등에 합의했다. 두 기관은 오는 23일 적벽에서 개방행사를 열기로 했다. 안전을 위해 겨울철(12월~2월)은 개방하지 않는다. 음식물은 가져 갈 수 없고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주현정기자
주현정기자 zmd@chol.com 주현정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