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고령화에 대한 준비

FTA지원금 줄줄샜다

화이트보스 2014. 10. 22. 16:45

FTA지원금 줄줄샜다

[중앙일보] 입력 2014.10.22 11:37 / 수정 2014.10.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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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업인에게 2009년부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축사 등을 지을 때 전체 공사비의 30%를 시설 현대화사업비 명목으로 지원하고, 전체 공사비의 50%(연이율 1~3%)까지 값싼 융자 혜택도 주고 있다.

그런데 이 국가보조금의 상당 부분이 '눈먼 돈'이 되고 있었다. 대구경찰청은 22일 FTA 보조금 146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경북 안동의 양돈 농장주 A씨(59) 등 50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하고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조금은 이런 식으로 줄줄 샜다. 안동에서 돼지를 키우는 A씨는 지난해 새로운 축사를 지으면서 FTA 보조금을 빼돌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축사를 짓는 시공업체 대표와 만나 "공사비를 부풀리자"고 입을 맞췄다. 실제 축사 공사비는 3억8000만원. 그러나 A씨는 시공업체의 도움을 받아 7억5000만원까지 공사비를 부풀려 행정기관에 신고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풀려진 공사비에 해당하는 값싼 이자의 융자까지 신청해 당당히 받아냈다. 이렇게 6억원의 보조금이 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정확하게 돈을 얼마가 들여 축사를 짓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 한두 명이 현장에 나와 슬쩍 한번 보는 게 현장실사였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2009년부터 5년간 A씨와 같은 수법으로 빼돌려진 보조금은 모두 146억7500만원. 전국 양돈·육계·산란계 농장주 49명이 이렇게 세금을 가로챘다. 경찰은 국무총리실 부패척결추진단에 이를 통보하고 50명의 농장주 등이 부정수급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도록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