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찾아 곳간 채우심이 어떨지요
동아일보
입력 2014-10-25 03:00:00 수정 2014-10-25 03:00:00

올 초부터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수시로 감사를 나오는 등 감사를 강화하고 있는 주목적이 ‘세금 환수’라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가뜩이나 며칠 전에 시장이 공식적으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도시에 살고 있는지라 심란함이 더하다.
풍경 둘. 은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통장에 잔액이 있는데 인출이 안 된단다. 이것저것 두들겨 보던 은행원이 조심스레 말한다. “어르신, 과태료 안 낸 게 있으시네요” “응? 과태료?” “네, ○○경찰서에서 과태료 체납 건으로 통장을 압류한 상태예요” “아니, 그게 말이 돼? 기초연금 나왔다고 해서 달려왔는데 과태료 때문에 돈을 못 찾는다고?” 꼭 필요한 돈이라고 읍소하는 할아버지와 과태료를 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미안해하는 은행원을 보는데 내가 다 민망했다. 2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달려온 할아버지는 결국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면서 다산 정약용의 탄식이 떠올랐다. “거북 등에서 어떻게 털을 뽑을 것이며, 토끼 머리에서 어떻게 풀을 뽑을 것입니까.” 삼정 문란으로 세금을 내느니 유랑민이 되는 백성이 많았던 조선 후기, 정약용과 달리 조정의 벼슬아치들은 ‘거북의 등을 두드리고 토끼 머리를 족치면 없는 털과 풀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거북과 토끼는 백성이고 털과 풀은 세금일 텐데 생각만큼은 지금과 별반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지난해 11개월간 교통경찰관의 현장 단속 건수가 269만3691건에 이르러 2012년(165만995건)보다 63%나 늘어났고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규모(612억8946만 원)의 교통범칙금을 부과했다지 않은가. 어떻게든 ‘구멍 난 세수를 메우려는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드는데 소득세만 증가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올해 정부 예산안의 소득세 수입은 54조2000억 원, 법인세는 46조 원 수준인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가계소득 증가율은 5%이고, 기업소득 증가율은 9.7%다. 그런데도 법인세는 제자리고, 개인의 소득세 증가율은 전체 국세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 기업보다 개인의 세 부담이 커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것이 소신이라니 답답한 노릇이다.
세 번째 풍경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숲 속의 다람쥐 얘기다. 이 가을 다람쥐들은 두 볼 불룩하게 도토리를 물어 나르느라 바쁘다. 열심히 물어 날라서 자기만 아는 곳에 도토리를 파묻어 둔다. 문제는 너무 많은 곳에 묻어 놓다 보니 태반은 기억을 못 해서 꺼내 먹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 귀여운 건망증 덕에 묻어둔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는 비율이 꽤 높다고 하니, 다람쥐는 알게 모르게 숲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람쥐들이 숨겨놓은 도토리를 하나하나 찾느니 포대 들고 와서 도토리를 싹쓸이해 가는 인간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막는 것이 낫지 않은가. 가뜩이나 얇고 투명해서 찢어질 지경인 국민의 주머니 그만 털고, 진짜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있는 대도(大盜)들을 찾아내 곳간을 채워주시길 간곡히 바란다.
정지은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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