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의 ‘참을수 없는 가벼움’
고성호기자
입력 2014-11-05 03:00:00 수정 2014-11-05 03:00:00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된 김태호 의원(52)은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준수한 외모와 대중 친화력, 경남도지사 시절 쌓은 행정 경험 등이 원동력이었다. 차세대 기대주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시작부터 스텝이 꼬였다. 지난달 23일 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돌연 최고위원직을 던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더니 이달 4일에는 더 애매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퇴 결정을 뒤집었다. 12일간의 희극(喜劇)에 대해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저의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어 “당의 혁신과 쇄신,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지도부에 남아서 더 강력하게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복귀 명분을 설명했다.
그것이 복귀의 명분이었다면 처음부터 사퇴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었을까. 사퇴 당시 김 의원은 “개헌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는 집권 여당의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국회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치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경제활성화 법안이야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였고, 개헌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논의하지 않기로 당내 분위기가 정리된 상황이었다. 떠날 때도 명분이 없었는데 돌아올 때는 더더욱 명분이 없는 멋쩍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경제 관련 입법처리를 위해 최고위원 자리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억지로 김 의원에게 복귀명분을 만들어준 느낌이 든다.
들고 날 때를 모르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서 내놓는 발언과 행동에도 무게감이 실리지는 않을 것 같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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