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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또 한 해 추억을 새긴 단풍 소리 없이 옷을 벗는다

화이트보스 2014. 11. 10. 13:37

또 한 해 추억을 새긴 단풍 소리 없이 옷을 벗는다
옥정호·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깊어가는 가을, 일하기 좋은 만큼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많은 사람이 단풍을 보려고 ‘전투처럼’ 휴가에 나서지만 자칫 잘못하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내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올가을 그곳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슬슬 게으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고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는 국내외 여행지 10곳을 추천한다. <편집자 주>

■ 섬진강 옥정호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 물길은 212km를 흘러 남해에 합류된다. 그 강의 유일한 댐인 섬진강댐은 1926년 완공됐다. 섬진강댐 건설로 생겨난 옥정호(玉井湖)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빛 깨끗한 인공호수로 꼽힌다. 그 이름에서 짐작되듯 옥정호의 물빛은 맑은 옥빛을 띠고, 잔잔한 수면은 우물처럼 고요하다.

아름다운 옥정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천연전망대가 있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에 위치한 국사봉(475m)이 그곳이다. 굳이 정상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다. 749번 지방도 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데크전망대 3개가 잇달아 나타난다. 이 전망대에서도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스러운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노령산맥의 첩첩한 산줄기에 둘러싸인 옥정호는 마치 우람한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백두산 천지를 떠올리게 한다. 쾌청한 날에는 지척의 순창 회문산뿐 아니라 멀리 진안 마이산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호수 속 작은 섬 ‘외안날’(붕어섬)도 발아래 빤히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보기 드문 장관은 일교차가 큰 가을철 동틀 무렵에 펼쳐진다. 옥정호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른 물안개가 장엄한 구름바다를 만드는데, 그야말로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더욱이 산봉우리만 뾰족하게 솟은 구름바다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단, 주말이나 휴일 새벽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몰려 번잡스럽다는 점을 유념해야 된다.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정호 운해.

 

옥정호숫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749번 지방도.

 

구절초테마공원의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

산자수명한 옥정호숫가에는 27, 30번 국도와 749번 지방도가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자동차에 몸을 싣고 그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듯하다. 특히 749번 지방도가 지나는 임실군 운암면 입석, 용운, 마암리 일대의 가을 풍광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옥정호에는 섬진강의 본류뿐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지류가 모여든다. 순창군 쌍치면에서 흘러온 추령천도 그중 하나다. 추령천 물길이 옥정호 너른 품에 안길 즈음 산비탈 솔숲에는 구절초테마공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구절초 군락이다. 들국화인 구절초는 꽃향기가 진하고 꽃빛깔이 아름답다.

정읍 산내면 매죽리 한 야산에 조성한 구절초테마공원은 10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가 가장 아름답다. 하루 중에는 안개 자욱하게 깔린 새벽과 아침 풍경이 인상적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구절초 꽃의 하얀색과 소나무의 초록빛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만 송이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핀 솔숲길을 자분자분 걷노라면 세상의 어떤 근심과 우환마저 까마득히 잊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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