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투에 어우러진 특유의 눈웃음은 이웃집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그런 그를 지난달 30일과 이달 19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얘기는 새만금에서 시작됐다. 송 지사는 “전북도청 공무원 시절 새만금 착공하는 걸 보면서 퇴직하기 전에 간척지를 밟아 보려나 했는데 이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OCI와 일본 도레이 등이 공장 터를 닦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 새만금 출발이 순조로운 것 같다.
“아직 멀었다. 가 보면 끝이 안 보이는 땅이다. 기업이 한참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사실 이게 나라가 벌여 놓은 사업인데, 정부가 투자 유치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일이 없다. 예산 따고 투자 끌어들이려 우리가 뛰어다닌다.”
-정부에 새만금개발청이란 조직이 있지 않나.
“새만금에는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수많은 부처가 관계돼 있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은 국토부 산하 외청에 불과하다. 총리실에 조직을 두고 청장은 언제든 총리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일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새만금에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면 뭐가 필요한가.
“지난 13일 중국 최대 기업 자문회사인 허쥔(和君)컨설팅의 리쑤(李肅) 주석이 왔다 갔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재도약의 기회가 새만금에 있다’고 말한 걸 보고 초청했다. 리 주석이 말한 새만금 성공의 조건이 있다. 사람·돈·상품이 새만금에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얘긴가.
“비자를 없애고 상품에 관세를 붙이지 말고 중국 위안화를 원화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면 새만금에 오려는 중국인 투자자가 줄을 이을 거라고 했다.”

-무비자 같은 건 전북도가 아니라 정부가 권한을 가진 일이다.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 그래야 제약 없이 와서 입지를 둘러보고 투자 결정을 하고 사람들이 살게 하면서 공장과 연구개발시설을 지어 나갈 수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무비자 입국 같은 것 말고 여러 가지 혜택도 바랄 텐데.
“투자자들 만나 보면 땅값을 많이 따진다. 그래서 땅값을 들이지 않게 하면 어떨까 한다. 땅을 주고 대가로 기업 지분을 받는 방식이다. 지분이 있으니 나중에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물론 이익을 낼 기업인지 사전에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새만금에는 수송망도 필요하다.
“그래서 제안하는 게 새만금~전주~김천~대구~포항을 잇는 동서 철도·도로다. 이게 있어야 새만금에서 만든 소재·부품을 동쪽의 공업지대로 운송할 수 있다. 지금은 전주에서 탄소섬유로 자동차 차체를 만들어도 울산에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뿐 아니다. 동서 연결 축이 있어야 지역 갈등이 해소되고 국토 균형발전이 이뤄진다.”
- 균형발전이라면 보통은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을 생각하게 된다. 동서 연결망이 균형발전과 무슨 관계인가.
“서울에서 전주 오기는 쉬운데 부산에서 오기는 여간 힘들지 않다. 또 여기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서울 가락시장을 통해 동쪽으로 간다. 상품 교류가 안 되고 관광객 역시 서로 잘 넘어다니지 않는다. 이걸 연결하면 관광객이 오가고 상품 거래가 늘면서 동서 모두 지역경제가 큰다. 그러면 균형발전이 이뤄진다. 수도권만 바라보고 남북 연결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동서 축을 뚫어야 한다.”

- 왕래가 잦아지면 갈등도 수그러들 것 같다.
“당연한 얘기다. 동서 연결망 계획이 나온다면 직접 영남 사투리를 익혀 그곳에서 관광객 끌어오기 행사라도 하겠다.”
-전주시청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을 꽤 데려왔다. 국장급만 3명이다. 불평하는 도청 공무원들이 있다.
“인사란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이다. 능력 있고 호흡 맞는 직원과 일해야 도정이 효율적으로 팍팍 돌아간다. 또 도와 시·군 간에 인사 교류가 잘돼야 조직에 활력이 돈다. 성과로 평가받겠다.”
-탄소섬유를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전주시장 때부터 추진했다. 선진국에서는 탄소섬유가 연 15~20% 성장하는 미래 산업인데 국내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전문가에게 들었다. 효성과 손잡고 6년을 함께 연구개발에 투자해 공장을 지었다. 지금 효성 탄소섬유 공장은 24시간 돌아간다.”
- 농촌을 살릴 복안이 따로 있나.
“관광과 연계하련다. 전주 한옥마을에 한 해 600만여 명이 들른다. 이들이 한옥마을만 보지 말고 전북의 농촌에서 하루 이틀 묵고 체험하도록 하면 농촌이 활기를 띨 수 있다.”
- 관광객을 어떻게 농촌에 보낼 건가.
“전북도 내 14개 시·군을 편리하게 구경 다닐 수 있도록 순환버스를 만들겠다. 카드 하나만 있으면 어느 지역이든 음식점·숙박업소·관광지에서 맘대로 쓸 수 있고 할인 혜택도 주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전주=장대석 기자
[송하진의 판소리] 김명곤이 소리 스승 … 코스타리카 방문 땐 공연도
“봄은 찾아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허구나/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오늘 백발 한심쿠나.”
2년여 전인 2012년 10월 3일(현지시간) 중남미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의 한국대사관. 코스타리카 총리와 장관 등을 초청한 가운데 개천절을 기념해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두루마기를 걸친 한국 남성이 무대에 올랐다. 그러곤 우리 민요 ‘사철가’를 불렀다. 주인공은 바로 송하진(사진) 전북도지사(당시 전주시장)였다. 산호세 자매도시의 시장으로서 초청받아 가서는 자청해 우리 소리 공연을 한 것이었다.
송 지사는 서울에 올라와 당시 행정자치부에서 근무하던 1990년대 후반에 독학으로 소리를 익혔다. ‘음식의 고장’ ‘소리의 고장’이라는 전주 출신인데도 직접 보여줄 게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소리를 익혔다고 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조상현 명창의 테이프를 2~3년간 듣고 또 들으며 따라 불렀다. 그는 “하도 여러 번 들어 테이프가 늘어질 때쯤 되자 입에서 들을 만한 소리가 나오더라”고 했다.
개인 스승도 있다.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이었던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이다. 교습 장소는 서울 인사동 막걸리집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다 전주고 동기동창인 김 전 장관 앞에서 소리를 한 자락 하고 난 뒤 평가와 지적을 받는 식이었다. 전북 정읍 출신의 왕기석 명창에게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리를 배웠다.
이렇게 익힌 소리 중 코스타리카에서 선보인 사철가와 춘향전에 나오는 ‘쑥대머리’(춘향이 옥중에서 이 도령을 그리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는 나름대로 수준급이 됐다고 한다. 그는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날 때 가능하면 한 소리 뽑는다”며 “전북과 전주가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시장 시절엔 소리 보급에도 나섰다. 복지관과 초등학교 등 20여 곳에 우리 소리 강좌를 개설해 시민과 어린 학생들이 우리 소리를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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