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선 극장가 흥행 1위를 달리는 영화 ‘국제시장’과 관련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목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문 의원은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 의원은 지난 성탄절 전날 부인과 함께 노부부의 일상과 죽음을 다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관람했다고 합니다. 이 때까지도 문 의원의 영화 관람 사실이 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문 의원이 당초 국제시장 관람을 고심하다가 대신 다른 영화를 택하게 된 것’이란 뒷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문 의원의 부모 역시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과 그 가족들처럼 6·25 전쟁 때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미군 함정을 타고 피란을 떠나 부산에 정착하게 된 실향민 출신입니다. 어떻게 보면 문 의원이 자신의 가족사와 연관된 영화 대신 다른 영화를 택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게 된 겁니다.
하지만 며칠 뒤 ‘문 의원이 당초 국제시장 관람을 고심하다가 대신 다른 영화를 택하게 된 것’이란 뒷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문 의원의 부모 역시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과 그 가족들처럼 6·25 전쟁 때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미군 함정을 타고 피란을 떠나 부산에 정착하게 된 실향민 출신입니다. 어떻게 보면 문 의원이 자신의 가족사와 연관된 영화 대신 다른 영화를 택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게 된 겁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12년 11월 8일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광주시청에서 열린 '2012광주국제영화제'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모습. /조선일보DB
문 의원의 아버지는 함흥농고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북한 치하에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다고 합니다. 흥남에선 솔안 마을로 불리던 곳에서 살았는데, 이곳은 문씨 집성촌이 있을 만큼 친척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는 게 문 의원의 설명입니다.
문 의원의 아버지는 북한 치하에서 공산당 입당을 강요받았지만 끝까지 버텼고, 6·25 발발 후 유엔군이 함흥에 진주했다가 철수할 때 함께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 의원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유엔군이 금방 수복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함흥에 남았답니다. 문 의원은 자서전에 ‘나중에 조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문 의원의 부모는 흥남을 떠날 때 당시 젖먹이였던 문 의원의 누나를 업고 피란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피란은 미군 LST(병력이나 전차를 상륙시키는 군용함정) 선박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피란민들은 미군이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몰랐다. 2박3일 동안 배 밑창에서 생활했다…(중략) 미군이 피란민들을 데려다 준 곳은, 경남 거제도에 임시로 마련된 피란민수용소였다. 어머니는 흥남을 떠날 때 어디 가나 하얀 눈 천지였는데, 거제에 도착하니 온통 초록빛인 것이 그렇게 신기했다고 한다. ‘여기는 정말 따뜻한 남쪽 나라구나’라는 것이 거제를 본 어머니의 첫 인상이었다.”
- 문재인 의원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던 지난 2004년 7월 11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어머니 강한옥씨(왼쪽)와 함께 북측의 막내이모 강병옥씨를 만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문 의원은 부모가 피란살이를 하던 1953년 1월 거제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포로수용소에서 노무일을, 어머니는 거제의 계란을 부산으로 가져가 파는 행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돈을 모아 이사를 간 곳이 부산 영도였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문 의원의 아버지는 부산의 한 양말공장에서 양말을 구입해 전남 지역 판매상들에게 공급해주는 일을 했지만 부도가 났고, 대신 어머니가 연탄 배달을 해 가족들이 근근이 먹고 사는 수준이었습니다.
문 의원의 아버지는 문 의원이 20대일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 의원은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우리 집의 가난도 아팠지만, 분단과 전쟁 때문에 아버지가 당신의 삶을 잃은 것이 늘 너무 가슴 아팠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구속됐다가 출감 후 군대에 갔다 왔는데도 복학이 안 되던 낭인 시절, 내가 제일 어려웠던 때에 돌아가셨다. 내가 잘 되는 모습을 조금도 보여드리지 못한 게 참으로 죄스러웠다. 뒤늦게 내가 잘 된다고 해도 만회가 되는 일이 아니어서 평생의 회한으로 남아 있다.”
문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자신이 실향민 집안 출신임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을 사실상 무효화 시키려고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의원을 공격했을 때, 문 의원은 “나는 북한 공산체제가 싫어 피란을 내려온 실향민의 아들이다. 또 공수부대에서 군복무를 떳떳이 마쳤다”며 반격했습니다.
- 문재인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12년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해 이북도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조선일보DB
문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실향민들이 주축인 이북도민 체육대회 행사장을 방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환영을 받진 못했습니다. 당시 문 의원이 관중석을 돌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친북종북세력 물러가라”, “문재인 후보도 실향민인데 왜 종북세력과 가까이 하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또 일부는 문 의원을 향해 물을 뿌렸습니다. 이에 문 의원은 더 이상 관중석을 돌지 않고 트랙으로 내려갔고, 당초 현장에서 도시락 점심 식사를 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예정보다 빨리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한편, 문 의원이 고심하다가 보지 않은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선 이 영화가 파독(派獨) 광부, 베트남 파병 등을 다루며 결과적으로 ‘박정희 시대’와 보수 정서를 대변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 야권 일각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 문재인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012년 11월 12일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와 함께 영화‘남영동 1985’시사회장을 찾아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하지만 문 의원 측은 “부부가 함께 볼 영화를 고르다보니 노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문 의원이 택하게 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