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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때문에 더 내는 택시값이?

화이트보스 2014. 12. 29. 11:38

박원순 시장 때문에 더 내는 택시값이?

서울市民, 기본요금 인상 후 택시비로 연간 4232억원(추산) 더 내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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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일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 택시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저도 지난 겨울에 승차 거부로 인해 시청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다”며 “승차 거부의 핵심은 기사들의 인식 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먼저 택시 기사들의 생활이 안정돼야만 한다”며 혁신 대책과 함께 ‘요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박 시장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어려운데 택시요금도 올려서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요금 인상안’의 골자는 ▲택시 기본요금 25% 인상(중형 기준 2400원⇒3000원) ▲단위요금당 이동 거리 축소(100원당 144m⇒142m) ▲시계외 할증 요금제 재도입(서울을 벗어날 때 20% 할증) 등이다. 요금 인상 시행일은 같은 달 12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과연 박원순표 택시 개혁은 성공했을까.
 
 
  “요금 인상은 쥐꼬리, 사납금 인상은 돼지꼬리”
 
  2013년 10월, 택시 기본요금 인상 후 서울시청 사이트엔 법인택시 기사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었다. 당시 서울시가 게시한 〈택시가 웃어야 서울이 웃어요〉란 홍보자료 관련 글에 달린 댓글들은 다음과 같다.
 
  “택시가 울어요. 요금 인상 전보다 손님도 없고, 더 일해야 되고요. 힘들어요. ‘빈 택시’가 이분들 눈에는 안 보이나 봐요.” (2013년 12월 5일, 김모씨)
 
  “요금 인상으로 택시기사 처우 개선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과다한 입금 인상(3만원)으로 기사들은 힘들어하고 있답니다. 시민들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요금 인상은 쥐꼬리인데도 입금 인상은 돼지꼬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니 회사 욕심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2013년 12월 12일, 황모씨)
 
  이런 불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재차 만났던 법인택시 기사 중 서울시 택시 정책과 관련해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강서구 소재 법인에서 4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이모씨는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사납금도 같이 올라 더 힘들다”며 “도대체 왜 요금을 올렸는지, 이게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윤모씨는 “우리 회사는 요금 인상 후 야간 사납금을 2만7000원 올렸다”며 “밤새 운전해도 집에 갖고 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추가 운송수입은 기사와 회사가 6:4 분배
 
  법인택시 기사들이 토로하는 불만의 핵심은 ‘사납금’이다. 사납금이란, 법인택시 기사가 운행수입 중에서 매일 의무적으로 회사 측에 내는 돈을 말한다. 같은 회사 소속이라고 해도 사납금은 차종, 차령, 근무시간대, 배차 형태(2인 1차, 1인 1차)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본요금 인상 전, 서울시 법인택시 주·야간 평균 사납금은 각각 주간 10만5000원, 야간 12만5000원이었다. 요금 인상 후에는 주·야간 각각 2만5000원(상한) 더 늘었다. 법인택시 기사 만근 일수가 26일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최고 65만원을 추가로 회사에 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승차 거부 해소를 위해 기사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며 기본요금을 인상한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과연 법인택시 기사들의 얘기는 사실일까. 택시 관련 통계를 적용해 이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가 1일 근무 시 12시간 동안 태우는 승객은 평균 25명이다. 기본요금 인상과 무관하게 택시 승객 수요가 일정하다면, 법인택시 기사의 운송수입은 매일 1만5000원 증가한다. 만근(26일)을 한다면 39만원의 추가 운송수입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이를 회사에 사납금으로 낸다. 사납금 인상분 65만원 중 26만원은 기사들이 회사로부터 연료비 명목으로 되돌려받기 때문에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요약하면 법인택시 기사는 추가 운송수입금 39만원을 회사에 주고, 회사는 기존보다 23만원 인상한 월급을 기사에게 준다. 법인택시 기사와 회사가 추가 운송수입금을 6:4 비율로 분배한다는 얘기다.
 
 
  법인택시 기사, 요금 인상 후 하루에 3000원 더 벌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3년 10월 2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택시 기본요금 25% 인상을 골자로 한 ‘서울 택시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기본요금 600원 인상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는 23만원의 이득을 봐야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는 “수요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라 이런저런 계산을 했지만, 실제는 택시 승객이 줄었다. 서울시 계획대로 되려면 택시 운송수입이 최소 10%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12월, 최한철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에 확인한 결과 운송수입 증가는 6%에 머물렀다.
 
  2012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평균 10시간40분을 운행한다. 1시간당 운송수입은 1만4500원. 하루 주행을 마칠 경우 약 15만5000원을 버는 셈이다. 여기서 6%만큼 수입이 늘었다면, 요금 인상 후 법인택시 기사 1인당 추가 운송수입이 9300원이란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들은 9300원을 더 벌지만, 회사에 1만5000원을 더 내기 때문에 하루에 5700원, 한 달이면 15만원인 사납금 부족분을 자비로 채워야 한다. 요약하면 서울시가 ‘처우 개선’을 내세우면서 기본요금을 인상하고 나서 법인택시 기사들이 더 버는 금액은 하루 최대 3000원이다.
 
  택시를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은 박원순표 택시 개혁 이후 어떤 이득을 봤을까. 서울시는 승차 거부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2013년 11월,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요금 인상 후 승차 거부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는 ‘120다산콜센터’가 접수한 ‘승차 거부’ 신고 건수가 요금 인상 전 43건에서 인상 후 33건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현재 서울엔 개인택시 5만대, 법인택시 2만2000대가 있다. 이 중 개인택시는 3일에 하루는 운행하면 안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택시 기사는 하루에 최대 7만7300명(법인택시 1차 2인 적용)이다. 이중 ‘승차 거부’를 하는 기사가 많아야 33명이란 건 말이 안된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기사 1명당 승객 25명을 태우기 때문에 하루에 택시를 이용하는 서울시민은 193만2500명(중복 포함)이다. 그렇다면 200만명에 가까운 사람 중 승차 거부를 당한 사람이 하루 33명뿐일까. 사실상 120다산콜센터가 접수하는 승차 거부 신고 건수를 놓고 정책의 성패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기자는 서울시가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당시 서울시에 “‘신고 건수 10건 감소’가 승차 거부 감소라고 얘기할 만큼 유의미한 통계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승차 거부 신고 건수가 23% 감소한 건 사실이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내용까지 서울시가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승차 거부 신고 1건 줄이는 데 325억원 들어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택시 승차 거부 현황’ 자료를 보면 택시요금 인상 전후 승차 거부 신고 건수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10월 11일까지 120다산콜센터가 접수한 승차 거부 신고 건수는 1만1688건이다. 2013년 10월 12일~2014년 8월 31일의 승차 거부 신고는 9155건이다. 하루 평균 13건이 줄어든 것이다.
 
  이 정도 편의를 위해 서울 시민들은 얼마를 지불해야 했을까. 앞서 밝힌 것처럼 서울시민 193만명이 매일 택시를 탄다. 이들은 기본요금 600원 인상에 따라 매일 택시비로 11억6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종합하면 박원순표 택시 개혁 이후, 시민들 주머니에선 연간 4232억원이 더 나갔다. 하루 평균 13건의 승차 거부 신고를 줄이는 데 이 금액을 써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