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08 03:00
[피의 현장을 가다]
-경찰, 항상 경계 섰지만…
에펠탑서 5㎞ 떨어진 곳… 훈련받은 테러리스트인 듯
"우리는 알카에다 예멘지부"
-특정 언론인 노린 범죄?
테러前 건물 주위 돌며 언론인들 이름 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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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이성훈 특파원
이곳은 에펠탑에서 5~6㎞ 정도 떨어진 파리의 심장부다. 샤를리 엡도는 무슬림 비판 만평을 자주 실어 심각한 테러 위협을 받아왔다. 항상 현지 경찰이 주위를 감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 직전에도 샤를리 엡도는 수니파 무슬림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 최고 지도자 아부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비꼬는 만평을 트위터에 올렸다. 경찰은 "하지만 경찰도 건물 내부에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범인들이 검은색 시트로앵 승용차를 타고 19구로 도망간 뒤 차를 버리고, 지나가는 차량을 탈취해 파리 북동쪽으로 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는 과격 무슬림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이 목격자들에게 '알카에다 예멘 지부에서 왔다. 그렇게 전하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경찰차 전면 유리창에 이들이 집중 사격을 가하고, 공개된 영상에서 보이는 움직임으로 추정해봤을 때, 실전 훈련을 받은 테러리스트로 짐작된다"고 했다. 한국 시각 8일 오전 1시 현재 아직 본인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괴한 3명이 자동 소총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들고 이날 오전 11시 30분(한국 시각 오후 7시 30분) 샤를리 엡도 건물에 나타났다.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두건을 두른 이들은 건물 2층 뉴스룸으로 들어가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한 목격자는 "이들이 건물로 들어가자 수분간 총소리가 쏟아졌다"며 "이들이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했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처음에는 요란한 소리에 중국계 주민들이 음력 설맞이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이내 건물에서 무장 괴한들이 나왔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괴한들이 로켓포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눈 깜짝할 새 건물을 빠져나온 범인들은 인근의 순찰차와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뒤 달아났다.
(왼쪽 사진)프랑수아 올랑드(가운데 안경 쓴 이)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의 테러 공격을 받은 언론사 샤를리 엡도 인근을 찾았다. 소총을 든 경호원들이 올랑드 대통령을 둘러싸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7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5~6㎞쯤 떨어진 언론사‘샤를리 엡도’사무실 앞 거리에서 무장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샤를리 엡도가 최근 시리아·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의 지도자를 풍자하는 만평을 보도하자, 이에 반감을 품고 보복 테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P 뉴시스·데일리 메일
이번 사건은 서구 대도시에서 언론인과 언론사가 테러 대상이 된 최초이자 최악의 사태로 추정된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신문사, 언론인, 언론의 자유를 겨냥한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고 했다.미국 민간단체 '기자 보호 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가 집계한 결과, 199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기자 1101명이 테러에 희생됐다.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중동, 남미 등의 분쟁 지역에서 사망했다. 이번 사건처럼 서유럽에서 기자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희생된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에 대해 "잔인한 공격"이라며 "미국의 오랜 우방인 프랑스와 함께 테러리스트를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IS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프랑스에 대한 적합한 공격"이라며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