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소통이었다. 대중적 표현을 쓰려고 애썼고,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으려 한 것도 소통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하지만 소리내 웃는 게 일곱 번이 전부일 정도로 회견 분위기는 무거웠다.
박 대통령은 금융 분야의 규제혁파를 거론하면서는 “액티브 엑스와 같은 낡은 규제에 안주한 결과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해외 소비자의 ‘국내 역직구’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와 ‘역(逆)직구(해외 소비자의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는 누리꾼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다. 청와대 개편 문제를 말할 땐 불현듯 “그러카다 보면(그렇게 하다 보면)”이란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자신의 리더십과 관련된 질문엔 유머로 응했다. 불통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자를 청와대에 모셔서 대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제가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퇴짜 맞은 사례 등을 ‘딱지를 맞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의 대면(對面)보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는 정홍원 국무총리 등 기자회견장에 앉은 국무위원들을 바라보며 “대면보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했던 대면보고를 조금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마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 폭소가 터졌다. 그러고는 “제가 언제든지 만나서 (대면한 채) 얘기 듣고 그래요.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소망이 뭐냐는 질문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임기를 마치고 나면 ‘나라가 바른 궤도에 올라서서 가는구나’ 해서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였다. 나머지 둘은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일으켜서 30년 성장할 수 있게 경제활성화·부흥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잘 닦겠다는 것”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미국 영화 ‘인터뷰’를 봤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보지는 못했고 언론에 내용이 많이 보도가 돼 ‘아, 이런 내용의 영화구나’ 하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경제활성화복’이라 이름 붙인 빨간색 옷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총 91분 동안 회견장 발언대에 섰다. 국정운영 연설을 25분, 질의응답을 66분간 했다. 지난해 80분(연설 17분, 질의응답 63분)에 비해 11분이 더 길어졌다. 질문자도 12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박 대통령은 시종 비슷한 목소리 크기를 유지했지만 ‘비선 실세’ 논란을 빚었던 정윤회씨와 관련한 발언 때는 목소리 톤을 한층 높였다. 이 대목에선 웃음기가 사라지고 상기된 표정으로 답변했다,
허진 기자
[미디어스파이더]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뉴스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