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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보스 2015. 2. 9. 15:35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 거는 기대와 걱정

입력 : 2015.02.09 03:00

새정치연합이 8일 전당대회를 열어 문재인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문 의원은 45.3%를 득표, 41.8%와 12.9%를 각각 얻은 박지원, 이인영 의원을 제쳤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문 대표와 함께 앞으로 2년간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문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와 서민 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당 대표를 새로 뽑게 된 것은 세월호 사고 여파라는 유리한 조건 속에서 치른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완패한 때문이었다. 당시 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는 국민의 외면 속에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호남과 비호남,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진영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만 이어졌다. 수권(受權)을 위한 비전이나 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토론은 보기 힘들었다. 벌써 야권 정계 개편 등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분열을 버리고 변화하고 단합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가 이끌어야 하는 변화의 출발은 친노에서 벗어나는 결단일 수밖에 없다. 문 대표는 이번에도 친노 지원의 덕을 보았고 그걸 빚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 당내 최대 계파라는 친노의 폐쇄적 패권주의와 그에 따른 당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 돼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조차도 "친노의 계파 이기주의 때문에 당이 이 지경이 됐다"고 했을 정도다. 문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대표가 되면 친노로 분류되는 분들이 불이익을 받을 정도로 확실한 탕평을 하겠다"며 "(다음 총선) 공천권도 내려놓겠다"고 했다. 문 대표가 이 약속만 확실히 지켜도 당내만이 아니라 국민도 문 대표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야당 노선의 혁신도 문 대표의 큰 숙제다. 문 대표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왜 패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당시 야당은 당 안팎 강경파에 휘둘려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처럼 자신의 집권 시절 결정하고 추진했던 정책을 뒤집고 반대했다. 선거 승리만 노려 종북(從北) 통진당까지도 품에 안아 내란 선동 세력이 국회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무상 복지 광풍(狂風)의 출발점도 야당이 시작한 무상 급식이었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보다 61조원 더 많은 192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무책임한 행태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문 대표는 경선 때 "경제성장과 국가 안보에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안보와 경제에선 대통령에게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통진당과 같은 (종북) 세력의 인식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으므로 앞으로 (그들과의) 선거 연대는 어렵다"고도 했다. 문 대표가 이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나라가 감당할 수 있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을 내놓는다면 집권의 길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문 대표는 현재 지지도 1위인 대선 주자이다. 그런 그가 대선을 2년 넘게 남겨 두고 정치적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당 대표로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도박에 가까운 도전일 수 있다. 만약 1년 뒤 총선에서 야당이 패하면 문 대표의 정치 시계는 거기서 멈춰 설지도 모른다. 문 대표가 스스로 올라선 이 시험대에서 살아남을지 여부는 그가 지금까지 야당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느냐, 아니면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용기를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